UIA 서울대회는
대한건축사협회가
대한민국 건축계의 중심이며
기준임을 증거하며,
건축계 장자로서의 위치로
복귀하기를 요구한다


드디어 ‘UIA 2017 서울 세계건축사대회’가 개막된다. 그동안 대회 준비를 위해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은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사무국 직원, 그리고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1999년 베이징대회, 2002년 베를린대회에 이어 2011년 도쿄대회에서 3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대회를 유치했다. 그 당시 협회 관계자와 회원들이 도쿄로 건너가 대회 유치에 하나가 되어 노력한 결과다.
이제 대회는 시작되었고,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어질 것이다. ‘앞으로 100년 내에 다시 유치 할 수 없는 국가적 행사, 대한민국의 건축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세계건축의 올림픽, 건축계의 위상을 한 단계 레벨 업 시킬 수 있다는 기회’, 이 모두 UIA 서울대회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할까?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은 대회에 대한 선입관으로 인해 나타난 비판적인 시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대회를 주관하는 FIKA(건축3단체)의 3인 3색에 따른 대회 주체와 대회명칭의 모호함(‘건축대회’ 또는 ‘건축사대회’), 대회 주제 설정과정에서의 이해득실, 장기간 우리 협회 측 조직위원장 부재에 따른 대회 성격의 편향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8개월 간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대회를 준비했던 사람으로, 이 대회가 우리 건축사들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다름을 인정하자.
지난 10여 년 간 우리 건축계에서는 통합에 대한 논의와 시도를 하여 왔지만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광범위함과 모호함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 통합은 힘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협력이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시작된다. 통합은 물리적 결합만이 아닌 공동체의 신뢰 위에 다름이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만들어내는 화학적 결합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뒤따르게 된다. 그것은 통합을 논의하기에 앞서 단체 간의 위계와 질서부터 확립하는 일이다. 또한, 건축계 전체에서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하며, 각자의 책임과 역할이 동등할 때만 공평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UIA 서울대회가 우리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다.

둘째, UIA 서울대회는 UIA 서울 ‘건축사대회’이다.
공자는 제자 자로가 위나라에서 정치를 맡게 되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름이 어지러워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사슴과 말의 이름을 어지럽혔던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성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 회원의 마음을 제대로 얻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대회 이름조차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어정쩡함 때문이기도 하다. 건축과 교육을 인증하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이 ‘UIA’를 ‘세계 건축사연맹’으로 규정한다는 정의를 차치하더라도 참가인원의 80% 이상이 우리 회원인 이 대회는 마땅히 건축사대회인 것이다. 우리회원 5,450명이 참가 등록하였음이 이를 증명한다.

셋째, 대한건축사협회의 르네상스, 건축사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자.
UIA 대회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질 것이고, 대회의 역사와 기록만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고 후원하면서 참가한 대회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것은 대회 자체가 아니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룬 이후 변화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이번 UIA 대회는 건축계의 범정부적 행사에서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사 없이는 치루어낼 수 없다’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또한 대회에 참가한 국민들을 물론 정·관계 인사들에게 우리 ‘대한건축사협회’가 대한민국 건축계의 중심이며 기준이고, 맏형(長子)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보다 더 값진 혜택이 어디 있겠는가? 이를 바탕으로, 우리 건축사들이 ‘국가공인 건축전문가’로서의 제자리를 찾아오고 새로운 50년을 향한 대한건축사협회의 르네상스를 일으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대접받는 새로운 건축사 상(象)을 수립하고 건축사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UIA 2017 서울 세계건축사대회’는 우리 대한건축사협회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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