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나 병원에서는 자신의 발소리가 주위의 눈길을 끄는 것 같아 미안하다. 대리석과 콘크리트는 소리를 거의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므로 잔향이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재는 저음·중음·고음을 골고루 흡수하므로 목재를 실내에 사용하면 불쾌한 잡음이 순하게 숙성된다. 목재는 「차음」 면에서 그다지 기대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건축 소재, 도구로서의 기능만 생각하면 콘크리트, 플라스틱 등 목재를 모방한 공업 제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목재에는 다른 재료에서는 찾을 수 없는 뛰어난 음향적인 성능이 있다. 이는 목재가 파이프모양의 작은 관으로 연결된 다공질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만드는 효과다. 뛰어난 음향 효과를 요하는 극장이나 콘서트홀에 목재가 사용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약간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초고주파음」을 예로 들겠다. 「초고주파」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0,000Hz 이상의 소리다. 자연 속의 나뭇잎의 바삭거림, 풀벌레와 새 소리, 시냇물 소리로 뇌가 기뻐하고 감동하는 소리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초고주파」를 차단하면 생리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역으로 그것을 들으면 뇌파에 알파파가 발생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또한 콘크리트는 「초고주파」를 차단하는데 반해, 목재는 적당히 통과시키므로 정신적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에서는 자연이 만들어 주는 「초고주파」가 부족하다. 이러한 때 목재를 생활에 사용하면서 긴장을 풀고 초조감을 없앤 편안한 정신 상태로 푹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순수 목재」에 집착하는 마니아 층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러므로 자연과 차폐된 음 환경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평가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물리적 성능 위주의 차음구조에서는 이러한 점이 간과되고 있다. 건물에서 차음은 음의 투과 손실로 벽 양쪽의 음압의 차이로 측정한다. 일반 방음재에는 밀도가 2g/㎤를 넘는 것도 있다. 목재 중 리그남바이터(유창목)처럼 밀도가 1g/㎤를 넘는 수종도 있지만 목재의 밀도는 대략 1g/㎤이하다. 그러므로 목재로 차음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밀도가 높은 목재를 두껍게 사용해야 한다. 또 벽을 이중으로 하여 공기층을 확보하고 그 안에 흡음재를 넣으면, 목재도 높은 차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차음설계는 콘크리트를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목조에서 이 기준을 만족시키면 음향적인 특성이 말살된다.  목조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의 소리를 집안까지 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건축생리생태학적으로 요구하는 생물학적 검정 기준이 없기 때문에 콘크리트 환경에 휩쓸려 갈 수 밖에 없다. 목재는 콘크리트와 차별화된 자연에서 얻은 생물재료다. 생물은 생물 재료적 특성에 맞는 잣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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