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 드리운 봉이 김 선달의 그림자

정익현 건축사l승인2017.08.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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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먹고 살자는데’라는
몰염치 이전에
‘서민이 모처럼 피서 왔는데’가
우선되어야


계절은 어김없어 입추가 지난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번갈아 찾아오는 폭염과 지루한 장맛비에 지친 심신이 모처럼 환해진다. 광복절을 며칠 앞둔 지난 토요일 피서를 겸해서 아내와 집을 나섰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요량으로 커피와 마실 물 그리고 과일을 약간 챙겨 단출한 차림으로 출발했다. 놀던 자리를 더럽히지 않고 번거로움도 피하려고 점심으로 김밥을 두 줄 샀다. 정해 놓은 목적지도 없이 괴산 화양동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상한대로 계곡은 피서객으로 넘쳐나 도로는 주차된 차들로 복잡했다. 빈 곳을 겨우 찾아 차를 세워 놓고 계곡을 둘러보니 두 사람 편히 발 담글 곳도 없었다.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가 싶어 그 곳을 떠나 경상북도 문경에 있는 ‘쌍룡계곡’으로 향했다.
쌍룡계곡은 20년 전부터 계절에 상관없이 한 해 한두 번은 찾는 곳이다. 깊은 골짜기는 아니지만 비교적 한산하고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어 가는 길이 한 시간 반이나 걸려도 즐거운 마음이다. 넓지 않은 계곡으로 물가에 펜션이나 음식점이 없고 텐트나 돗자리를 펼만한 작은 공간이 띄엄띄엄 있어서 옆 사람 신경 안 쓰고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속리산을 지나 쌍룡계곡에 당도하니 화양동계곡과는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가 빈터마다 평상과 그늘 막을 만들어 놓고 ‘평상임대’라는 푯말이 점령군처럼 서 있었다. 피서 철마다 피서객의 기분을 망치고 있는 ‘자릿세’가 바로 이것이었다. 보통은 음식점 옆 물가에 평상이 있는데 여기는 그저 텅 빈 계곡의 국가소유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하여 자릿세를 받는 것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 선달’을 오늘 이곳에서 본다.
몇 년 전 장인 묘소에 성묘한 후 근처에 있는 ‘산정호수’에 간 적이 있었는데 입구에서 돈을 내라기에 영문도 모르고 2천원을 냈다. 영수증에는 입장료도 주차료도 아닌 ‘시설 이용료’라고 쓰여 있고 발행자 또한 포천시가 아닌 개인이었다. 막무가내로 돈을 내라는 그들과 실랑이하기가 싫어 돈을 냈지만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그 안에서 공중 화장실을 제외한 어떤 시설도 이용하지 않았다. 다음 날 포천시 감사팀에 전화를 하여 항의를 하였더니 그럴 수밖에 없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앞으로 시정이 될 것이라 했다.
그 때의 나쁜 기억이 문득 떠오르고 모처럼 기대하고 왔던 쌍룡계곡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에 실망하여 계곡을 대충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문경 시에 알아본 결과 그것은 쌍룡계곡이 있는 농암면사무소 관할이란다. 면사무소에 전화하니 직원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시정조치를 해도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아 죄송하다며 처벌이 약해서 시정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내 말에 동의했다.
피서 철 모처럼 더위를 피해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 사람들의 기분을 망치는 ‘자릿세’는 행정지도 혹은 단호한 행정집행으로 근절시켜야 한다. 그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니 이런 일들이 매년 되풀이 되고 이슈화는 되나 그 때 뿐이다. ‘서민이 먹고 살자는데’라는 몰염치 이전에 ‘서민이 모처럼 피서 왔는데’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편안히 계곡에 발 담글 수 있고 서로 지킬 것은 지키며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정익현 건축사  jih281@hanmail.net 예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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