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후면 ‘UIA 2017 서울 건축사대회’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개최된다. 124개 UIA 회원국이 참여하여 매 3년 마다 열리는 건축올림픽이다. 온 세계 건축사의 이목이 서울로 집중되는 행사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스포츠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행사였다면, 이번 UIA 서울 대회는 건축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지난 3년간 국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2015년 태국 아유타야, 2016년 홍콩 그리고 지난 5월 인도 자이푸르에서 개최된 아시아건축사대회(ARCASIA) 회의에 참석을 하여 UIA 2017 서울 건축사대회 홍보와 참가를 독려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건축사의 사회적 위상이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건축사가 존경과 대우를 받으며, 사회적 활동을 한다. 유럽은 말할 나위가 없다. 1965년 프랑스 건축사 르코르뷔지에가 세상을 떠났을 때 프랑스 정부는 국장을 치루어 대가의 마지막 길을 예우했다.
대한민국에서 건축사는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일반 대중은 건축사를 어떤 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공무원은 건축사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공사는 건축사를 어떻게 대하는가? 1993년 설계와 시공을 하나로 묶어 시공사와 계약을 하는 턴키 제도가 시작되면서 건축사는 지위와 권한을 잃고 시공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이 제도는 소수의 대형 건설회사와 일하는 공룡 설계사무소를 탄생시켰다. 1,000∼2,000명의 직원을 갖고 있는 대형 설계사무소의 계획 및 디자인 능력은 그 규모에 비해서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국가에서 발주하는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디자인과 기본설계는 해외 건축사에게 의뢰한다. 국내 설계 사무소가 하는 일은 인허가 처리와 실시설계 도면작성이 주된 업무이다. 이번 UIA 대회를 치루는 코엑스와 DDP 또한 같은 과정을 겪어서 지어진 건물이다. 서울을 방문하는 세계의 모든 건축사들에게 대한민국 건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민망하다.
지난해에 4개월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머물면서 월드뱅크에서 발주한 국경통관 시설(Land Port)을 현지 설계사무소 Vitti와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그해 8월 8일 방글라데시 건축사협회(IAB)의 요청을 받고 현지 건축사회관에서 ‘건축과 추상 예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마치고 받은 질문 중 하나 “한국은 선진국인데 일본이나 유럽처럼 세계적인 건축사가 없냐?” 답변은 “한국의 건축이 아직 IT, 자동차, 휴대폰 등 다른 산업분야 만큼 세계에 아직 알려지지 못했다” 적절치 못한 답변이다. 대한민국의 건축설계분야는 70년대 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겪으며 외형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으나 디자인 및 계획 능력에 있어 함께 성장을 하지 못했다. 일부 디자인 능력이 있는 건축사들이 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소규모 영세한 설계사무소로 전락을 했다.
2013년 정재은 감독의 다큐 영화 “말하는 건축:씨티 홀”에서 건축사가 준공식에 참석하는 모습이 나온다. 마침 서울 시장이 바뀐 탓에 공무원들이 건축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서울 시청사를 설계한 건축사는 공무원의 제지를 받고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청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직원들과 준공식을 관람한다.
코트라사옥 신축으로 시작된 일반건축물 턴키제도는 대한민국의 건축사의 지위를 송두리째 빼앗고, 결과적으로 설계사무소는 그 지위가 시공사의 한 전문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소규모 건물을 짓는 건축주는 건축사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설계 시공은 시공사가 하고, 설계 사무소는 인허가를 내주고 도면을 그리는 일을 하는 곳으로 생각을 한다.
전세계 건축인의 가장 큰 축제인 UIA 2017서울 건축사대회가 ‘도시의 혼’이라는 테마로 1주일간 열리게 된다. 대한민국 건축사들에 큰 영광이자 기회이다. 바닥에 떨어진 건축사의 위상을 되찾고, 건축사의 업무와 역할의 중요성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만여 건축사 회원 모두가 관심 있게 참여를 하고 나아가 정부 기관, 기업체,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대회를 마치고 대한민국 건축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직시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 건축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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