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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과 고통을 찾는 것은
 아주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상황이
 때로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UIA서울대회 성공은 우리들에게


오는 9월4일 개막하는 「서울 2017 세계건축대회」를 40여일 앞둔 지난 7월21일 서울건축사회가 주최하는 후원감사의 밤이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의례적인 축사들과 후원자에 대한 감사패 증정 후 경기도건축사회 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멋진 화음을 연출하는 합창단의 모습 뒤로 보이는 배경막에는 처음 보는 알파벳 문장이 빼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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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모바일을 이용해 찾아보니 로렘 입숨 Lorem ipsum은 「단순히 고통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통 그 자체를 사랑하거나 추구하거나 소유하려는 자는 없다.」 로 번역되는 라틴어인데, 키케로의 「최고선악론」으로부터 유래한 문장이었다.
로마역사에서 기원 전 1세기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체제가 변환되는 최고의 격동기라 볼 수 있다. 공화정의 수호자인 키케로, 루비콘 강을 건너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연설을 한 카이사르 그리고 초대황제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재로 소문 난 키케로는 당시 학문의 성지인 아테네 등에서 실력을 키운 후 로마로 돌아와 변호사로 명성을 얻었고, 카틸리나의 음모를 분쇄함으로써 ‘국부(國父, Pater Patriae)’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그는 무력이 아닌 세 치 혀로 로마를 장악하였다. 그렇기에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이라 하였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몸젠은 「로마가 낳은 유일한 창조적 천재」라 평하였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 「다만 노역과 고통이 아주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상황이 때로는 발생하기 때문에 고통을 참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모종의 이익을 얻을 수도 없는데 힘든 육체적 노력을 기꺼이 할 사람이 우리들 중에 과연 있겠는가? 하지만 귀찮은 일이 뒤따르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 혹은 아무런 즐거움도 생기지 않는 고통을 회피하는 사람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우리 건축사들은 때론 밤샘을 하며 창작의 고통에 빠지지만 이 땅에 그림이 건물로 태어날 때의 그 환희를 맛보기에 고통을 감수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UIA서울대회는 처음부터 「건축사대회냐」, 「건축가대회냐」 로 명칭부터 갈등 속에 있었고, 필자는 처음부터 「국토부의 건축사가 영문으로 architect이니 정부공식명칭에 따르자」고 역설하였다. 이제 「건축사」를 알릴 절호의 찬스는 지나갔지만, 그간 이러한 명칭과 관계없이 교수와 건축사들은 손님들의 환한 미소를 고통의 선물로 받기위하여,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과 성을 다하여 준비하였다. 협회도 뒤늦게나마 석정훈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이 조직위원장에 위촉되어 짧은 시간 내에 16개 시도건축사회회장을 설득하여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아마도 배경 막의 「로렘 입숨」은 이렇게 어려운 과정과 내일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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