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단 돈 만원이라도 아껴 보려 뜨거운 햇볕 아래 직접 톱질해가며 사무실 공사를 하면서 열정을 불태운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세울 것 하나 없이 ‘뭐든 부딪히면서 헤쳐 나가자’는 마음가짐 하나로 무턱대고 시작한 한 해 였지만, 돌이켜보니 소기의 결실을 맺었고 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원고 요청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적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게 마냥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봉사활동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도 하면서 이보다 더 놀랍다고 느낀 것은 의사, 변호사, 세무사는 알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축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도시정비, 주거환경 정비라는 명목으로 재개발, 재건축에 열을 올리며 부동산 투자,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서 부자들과 기업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건축이 여타 다른 전문직보다 서민들이 접하기에 어렵고 소통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 정책과 맞물려 이슈화되고 있는 ‘뉴딜정책’과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는 이 초보 건축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정적인 부분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투기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여러 가지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건축사가 대중들에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좀 더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특정한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 위상을 드높이고 권익을 인정받으려면 협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정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대중들에게 홍보하고 그들이 부담 없이 건축사를 찾아와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가령, 의료보험에 가입하여 병원비 부담 없이 환자들이 의사를 찾듯, 설계보험 또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일반인들이 저렴한 설계비로 부담 없이 건축사를 찾아오고 건축사는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정부차원에서 대신 지원 받는 형태 등의 제도 등을 말한다. 이렇듯 건축이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되어 대중화 된다면 경제적 선순환과 함께 국민 누구나가 꿈꾸는 자기만의 집을 보다 쉽게 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건축사와의 만남이 대중에게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경제논리와 사회구조, 정치·문화적인 부분과 맞물려 여러 형태의 건축이 양산되고 있지만, 건축의 본질은 인간의 삶과 유관되어 있고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유기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건축사가 사회지도층으로 성장하여 존경받는 대상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은 소외되고 상처 입은 가난한 건축물의 아우성에 눈길 돌려 치유의 손길로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외국 잡지에서나 봄 직한 멋드러진 집도 건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10평짜리 부라꾸(BLOCK) 집도 꿈에 그리던 건축인 것이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이전에 작은 불씨를 지피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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