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공공건축 설계 대가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와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건축물 공사감리 대가기준 개선 연구’ 보고서를 공유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물 안전에 대한 책임 강화, 각종 심의 및 인증 강화, 공공건축물의 품질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 도입, 건축자재 구체표기 등 설계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입 등 설계업무 변화요구가 증대됐지만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은 지난 20여 년간의 업무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공사감리 또한 건축공사 감리 세부기준 구체화 등 건축물 안전성능 확보를 위해 공사감리 제도가 변화됐으나 ‘건축사법’에 따른 현행 건축물 공사감리 대가기준에 적용되는 공사비요율이 2002년 개정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강화된 감리업무 기준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업무대가를 정상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더해 정부와 발주처, 그리고 우리 건축사 스스로의 문제는 없는지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경우 예산절감을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정한 건축설계대가 요율을 지키는 것에 인색하다. 건축사의 설계 디자인, 공사감리 등 총괄조정자로서의 전문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발주기관들도 추가업무 또는 각종 비용을 건축사에게 전가하는 실정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대표적인 예다. 분리발주 공사현장에 다수업체 혼재작업과 공종간 간섭으로 대형사고 예방을 위해 발주처가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토록 했으나 ‘안전보건조정자’ 자격요건에 ‘건축법’ 공사감리자를 자격조건으로 규정하면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규제영향분석서에는 ‘안전보건조정자의 업무를 감리가 겸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발주자의 추가적인 비용이 없다’라고 명시한 점이다. 대가기준도 없이 전문자격자에게 공짜업무를 강요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서비스=무료’ 인식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건축사업계가 업무대가의 정상화를 이뤄내려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덤핑수주, 일괄 하도급 및 외주화를 지양해야 하며, 특히 시장을 교란시키는 각종 무료 기획설계, 자격(면허)대여 등의 근절이 절실하다. 적정한 업무대가를 받고 수주할 수 있도록 ‘설계비, 감리비 제값받기’를 고집해야 한다. 이는 건축사의 전문가적 자긍심과도 연결된다.
최근 서울특별시건축사회에서 민간 건축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건축사업무의 전문성이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설계 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가 없이 기획설계를 남발하는 것을 차단키 위해 의뢰인이 요청하는 초기 계획단계의 주요 설계업무를 상호 계약체결을 통해 수행토록 하고 계약내용 및 성과물을 협회가 운영하는 ‘웹 시스템’에 등록 관리토록 함으로써 양질의 건축서비스 제공과 적정 설계대가를 받기 위한 건축사 스스로의 자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 때 ‘죽어야 산다’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정부와 발주처의 인식변화는 물론 우리 스스로의 자성과 함께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서로가 경계하고 감시자가 되자. 건축사의 권위와 자긍심을 바로 세우는 스스로의 자정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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