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서비스 품질 높이려면...설계·감리 대가기준 재정비해야⓵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 업무범위·대가기준 20년간 제자리 김혜민 기자l승인2017.07.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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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I, 연구보고서
‘건축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공공건축 설계 대가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


“단열기준, 에너지절약계획서, BF 인증, 녹색건축물 인증, 지능형건축물 인증,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BIM 등 해마다 건축 관련 제도가 점점 강화되면서 건축사의 업무 범위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각종 심의 관련 업무는 건축사 업무범위에 명시돼 있지 않아 예산 책정단계에서부터 설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건축설계 시장의 현실이다. 공정한 계약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업무범위와 설계 대가기준 개선이 시급하다.” A건축사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의 경우 1995년부터 현재까지 평균 2.7배, 2002년부터 평균 1.9배가 상승했다. 반면 건축공사 감리대가 요율은 아직도 2002년 동결돼 15년간 잠자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4%라 가정하고 약 20년간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툴만 있었다면 현재 시장은 1.8배 키울 수 있었고, 90년대 초반 건축목공 노임단가가 현재 3배인데 반해 우리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선배 건축사의 말은 씁쓸하기만 하다. 2002년 이후 15년째 동결된 감리대가 기준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실화가 필요하다.” B건축사

건축자재 표기 의무화 등 건축물의 안전과 설계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도입으로 건축사 업무 환경이 크게 변화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설계·감리 대가가 건축서비스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은 지난 20여 년간의 업무환경 변화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설계 대가기준 체계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고 기준 개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현행 감리 대가기준은 공사비 요율방식으로 산정되지만, 최근 건축공사 감리 세부기준이 개정되면서 공사감리 대가 기준도 이를 반영해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본지는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7월 초 공유한 ‘건축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공공건축 설계 대가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와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건축물 공사감리 대가기준 개선 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 업무범위·대가기준 20년간 제자리

2014년 6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라 공공건축물의 품질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가 도입되고 2015년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건축자재의 구체적 표기업무가 추가되는 등 건축물 품질을 높이기 위한 설계업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설계 업무와 대가기준을 담고있는 ‘공공발주사업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은 2002년 제정된 ‘건축사의 용역의 범위 및 대가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대가기준은 1993년 고시된 요율을 유지하고 있어 20여 년간의 업무환경 변화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URI가 7월초 공유한 ‘건죽서비스 품질제고를 위한 공공건축 설계 대가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공발주사업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은 기획, 계획-중간-실시설계, 인테리어와 각종 인증업무에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하고 그 외 설계 관련 업무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토록 하고있다. 하지만 실비정액가산방식은 인시간수와 같은 산정기준이 없어 실제로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구보고서는 현행 설계 대가기준의 문제점으로 먼저, 기본업무와 기본 외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설계업무의 명칭과 범위에 혼란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설계업무 외에 추가로 발생되는 업무에 대해 대가 산정 근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건축물 용도는 설계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동일한 건축물 용도라도 건축물의 형태, 구조, 재료, 공간특성 등에 따라 설계난이도가 달라지므로 건축설계의 복잡한 정도를 고려해 건축물의 종별 구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량을 나누는 설계도서량의 부적절한 구분 역시 문제로 꼽았다. 설계 도서 종류와 그 작성 범위에 따라 3개 유형(상급, 중급, 기본)으로 구분해 요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지만, 신기술 적용에 따라 기존 2차원 도면 환경에서의 도면 목록으로 업무량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상급 수준으로 설계도서량 구분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설계 대가기준 산정방식의 문제점으로는 ▲공사규모가 커질수록 요율이 낮아지는 공사비요율방식의 구조적 한계 ▲2002년 대가기준 제정 이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현행 대가요율 ▲건축엔지니어링 분야별 설계비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설계비 감액 효과 ▲추가업무에 대한 보상기준 미흡 등을 들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의 생산자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2010년: 100) 건설공사비지수(한국건설기술연구원)는 82.06% 상승했고, 건축설계 물가지수(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는 193.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현행 공사비요율을 유지할수록 건축설계 업무의 대가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며 “건축물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공공건축 설계 업무량·대가 실태 분석 결과 및 개선방안

현행 공사비요율 유지할수록 건축설계 대가 낮아져
VE 설계, BIM 등 업무량 기준 별도로 마련 필요
적정 대가지급으로 건축서비스산업 안전성 보장해야

AURI가 지난해 기준 최근 3년간 발주된 공공건축 설계용역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약 73.9%가 공고된 금액보다 평균 6% 적은 금액으로 계약했으며 기획업무, 발주자 요청에 의한 업무, 설계의도 구현업무 등의 추가업무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받지 못해 총 58.7%의 추가 업무를 무상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주자 요청에 의한 추가업무는 각종 심의대응 업무가 가장 많았으며, 친환경건축물 인증 관련 업무, 3D모델링 업무, VE설계에 따른 업무, 인테리어 설계업무 순이었다. 그 밖에 대가기준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인허가 대관업무, 관급자재리스트 작성 등에 대한 대가 산정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건축서비스 품질 제고를 통한 공공 건축의 질적 향상을 위해 ‘건축사의 설계업무 환경 변화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기본업무와 기본 외 업무의 명확한 구분 ▲건축물의 종별구분 보완 ▲건축설계에서의 도서작성 구분 단일화 ▲물가상승률 반영 등을 들었다.
또한 건축물 설계 대가기준의 현실화를 위해 공사비 증감에 따른 실질적인 설계비 변화를 추정하고 실질 설계비 감소율을 적용해 대가요율표의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산정케 되어 있는 VE설계, BIM 등에 대해 명확한 업무량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건축서비스 산업은 국민 삶의 수준과 경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기술집약적이고 인적자원이 중요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 산업”이라면서, “설계 대가기준의 현실화, 설계 단계별 업무 및 행정절차 명확화, 설계업무량 증가에 대한 적정 대가지급 등을 통해 건축서비스산업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구결과·현 실정 반영한 기준 마련돼야

건축 업무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기준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URI는 올해 ‘국민에 대한 고도화 된 서비스 제공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도서, 설계기준, 유형별 업무, 대가기준 등 건축서비스의 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기획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대가 기준의 방향성 연구가 다뤄질 예정이다.
김주원 AURI 연구원은 “건축서비스 산업이 점차 전문화, 다양화되면서 기획업무가 더욱 중요해지고 업무량도 많아지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기획업무인지 범위가 불분명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대가기준을 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업무 단계와 난이도를 세분화하고 기본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BIM과 BF 인증 등에 대한 설계 대가기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변지형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 사무관은 “설계 대가기준이 예산과 직결되는 사항인 만큼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므로 협의에 필요한 탄탄한 연구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단번에 요율 인상은 어렵겠지만 BF 인증 등 건축사의 추가업무를 명시하고 이를 대가기준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건축서비스 업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는 건축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A건축사는 “건축서비스시장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설계 대가기준은 변한 것이 없다”면서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제도 개정으로 이어져 건축서비스산업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단체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설계 대가기준 비교>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업무와 난이도를 세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설계업무를 8단계의 기본업무와 추가업무로 나누고 있으며, 각 단계별 업무내용과 비율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 건축물 용도별 특성과 환경적 조건, 개별 프로젝트의 특성 등을 고려하며 설계 난이도를 정확히 설정하도록 했다. 독일은 9단계로 설계업무를 나눠 기본, 추가 업무로 명시하고 있으며, 설계 난이도는 56가지의 용도로 구분해 용도별로 대가영역을 정했다. 스위스는 업무단계를 크게 6단계, 세부적으로 12단계를 나눠 업무비율을 정하고 있다. 용도에 따라 난이도를 구분해 공사비, 난이도, 업무비율 등을 반영해 소요시간을 계산한 후 여기에 인건비를 곱해 대가를 산출하고 있다. 일본은 실비정액가산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간소화된 약산식을 주로 사용한다. 23종의 건축물 유형별 인시간수를 면적별로 제시하고 있으며, 업무구분은 3단계 총 15가지 업무별로 비율을 정해 구체적으로 대가를 산정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8691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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