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전문직자격제도 연구회·국회사회공헌포럼 주관 세미나 ‘국가경쟁력과 건축의 역할’ 주제발표

“고부가가치 건축서비스산업 해외진출,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

“건축이 수출되면, 건설도 따라 수출된다” 
“국회·정부·전문자격사단체 등 협의체로 공조시스템 구축해야”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건축 설계를 건축서비스산업으로 보고 해외진출을 지원, 건축 설계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건축을 건설과 구분해 건축서비스산업만의 독자적, 체계적인 지원방안과 실효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6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9회의실에서 개최된 ‘전문직자격사제도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건축서비스산업의 해외진출 방안과 건축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발표했다. 윤영석 국회의원과 이철희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문직자격제도 연구회와 국회 사회공헌포럼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과 업무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건축사를 비롯한 전문직 자격사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 방안이 논의됐다. 윤영석 의원은 “현재 국내 전문직 자격사 시장이 양극화, 직종 간 업무중복 등의 심화로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며 “전문직 부문에 혁신을 위한 논의와 새로운 성장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날 조충기 회장의 ‘국가경쟁력과 건축의 역할’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2012년 이탈리아 상공회의소가 유럽 건축물들의 이미지와 심미적 가치, 관광객 수, 역사적 의미 등 금전적 가치를 조사한 결과, 1889년에 세워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타워가 3,440억 파운드(약 617조 5,000억 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이 720억 파운드(약 130조 원)의 가격이 매겨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710억 파운드(약 127조 5,000억 원),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은 650억 파운드(약 116조 7,000억 원)로 책정됐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는 우리의 감각과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도시 경관을 형성한다. 좋은 건축물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반면 우리나라 건축 환경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건축과 건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물을 부동산 가치로 보고, 건설업에 법제도나 지원이 편중돼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이 12위인데도 건축적 경쟁력은 22위에 불과하다.  
건축이 스티브잡스의 ‘창의’, ‘혁신’이라면, 건설은 단말기 제조이다. 건축이 수출되면, 건설도 따라 수출된다. 건설은 설계에 따라 시공하고, 설계는 시방에 따라야 하며 시공기술방법과 부품, 기구, 자재를 표기하기 때문이다. 
건축사는 기본적으로 건축법규 299개, 건축자재 3만5천여 개, 기자재 1만5천여 개, 시방서 6만5천여 개, 상세도 5만여 개를 검토·적용해야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이 외에도 ▲자신의 위치 파악하기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갖기 ▲자신의 Selling 전략과 역량 준비 ▲스마트한 팀 꾸리기 ▲장기전략 펼치기 ▲분석, 해석 능력 키우기 등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 건축 경기 침체로 인해 건축설계 물량이 줄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건축사의 해외시장 진출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미 FTA 등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거대한 건축 시장이 생성됐다. 해외건설협회가 조사한 2013년 기준 건축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 현황에 따르면, 건축서비스 산업은 전체 해외 건설사업 수주 금액의 4.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건축서비스산업 사업체당 매출액은 28개의 OECD국가 중 20위로 평균 매출액의 6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건축서비스산업의 해외 진출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 사례도 있지만 실패 사례가 많은 편이다. 현상설계 당선 후 계약 또는 수의계약으로 해외 진출했으나 발주처의 사업자금 확보 실패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설계확정 후 건축주가 계약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설계변경을 요구하거나 설계변경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아 프로젝트 진행이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초반부터 한국 에이전트를 통한 부정확한 정보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해 발주처의 요구사항이나 사업구조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건축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은? 

해외진출 시 현지 수주 정보의 사전검증 시스템이 없고, 정부 각 부처와 유관기관의 지원체계가 미흡하며, 진출 국가별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 부족, 계약 전 과도한 투자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 각 건축사사무소에서 개별적으로 정보수집과 수주활동, 해당국가에서 업무를 진행하게 되므로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체계가 건설업에 치중돼 있어 건축서비스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건축서비스산업은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협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진출 시 해외건설업으로 등록관리 돼 해외 설계수주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파악도 어렵고,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시장조사와 동향파악, 정보지원 등을 위한 조직 및 시스템이 미비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정부의 정보제공과 개척비용 지원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까지 운영되던 개인 단위의 진출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회와 정부, 전문자격사단체 등이 협의체를 통해 긴밀한 공조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축사의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해외 수주 정보 수집을 비롯해 법률서비스와 해당 국가의 법제도 및 인허가 제도를 파악해 지원하고, 국회는 세제 및 금융 관련 정책검토와 법제도 보완을, 대한건축사협회는 해당 국가 전문가단체와의 MOU 체결 및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건축정보센터를 적극 활용해 건축사의 해외수주 실적을 관리해야 한다. 건축사는 해당국가의 법규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이수하고 해외진출 전략 수립 시 계약 내용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설계업무 수행 경력자 등 건축서비스산업 전담 인원을 배치해 업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적 건축사가 되기 위한 관문 APEC 등록건축사>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에서 2001년부터 회원국의 건축사를 중심으로 국가 간 건축서비스 제공 장벽을 완화하고, 외국(APEC 건축사 중앙이사회 회원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건축사의 건축서비스 제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자격 상호인정수단인 ‘APEC건축사’를 창설했다. 2005년 10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APEC 건축사 상호인정 업무추진을 대한건축사협회에 위임하면서 추진됐다. APEC건축사 중앙이사회 이사국으로는 대한민국, 호주, 캐나다, 중국,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필리핀, 대만, 태국, 미국, 싱가포르 14개국이다. APEC 등록건축사 자격요건은 건축을 주요소로 하는 4년 제 이상의 대학 전일제 교육을 이수하거나 동등 이상의 학력을 취득한 자(다만, 등록신청자가 건축사 자격 취득 후 학사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근무)한 경력에서 직전 학력이 전문대학 졸업 2년 또는 직전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 4년을 제외함)로, 건축사 자격 취득 이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또는 근무한 기간이 7년 이상인 자 또는 건축사 자격 취득 이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또는 근무하면서 적절한 복잡성을 수반한 프로젝트의 참여기간 합이 적어도 3년 이상인 자 또는 신청기간 3년 중 3분의 2이상 건축사사무소 운영(근무)이력이 있는 자이다. 다만, APEC등록건축사 자격의 비자·서비스업 허가·관련 정책, 법적문제 등 자격취득 혜택 개발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사 자격 상호인정 MRA>
건축사자격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 MRA)이란 우리나라 건축사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건축사 자격과 동등한 효력을 인정받아 상대국 내에서 건축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MRA가 체결될 경우 현재의 공동계약 형태가 아닌 독립적으로 외국 건축사가 국내에서 활동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와 MRA를 체결한 나라는 현재 없으나 사협은 해외 건축시장을 파악하며 유럽 등과의 MRA 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 건축사 해외 채용 주요기관> 
-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1863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국제 인도주의 기구 ICRC는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분쟁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긴급 구호, 의료 지원, 이산가족 찾기 등)하고 있다. ICRC는 ‘Water & Habitat Engineer’ 부문에 건축학, 토목학, 구조공학 분야의 한국인 인재채용을 확대한다며 올해 4월 대한건축사협회에 채용안내를 협조 요청한 바 있다. ‘Water & Habitat Engineer’는 거주지가 파괴된 분쟁 지역 피해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설계·실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한다. 연중 수시로 채용하며, 자세한 사항은 ICRC 한국사무소 홈페이지(http://kr.icrc.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1991년 설립된 KOICA는 정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원조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외교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으로, 개발도상국의 주택 공급을 위한 지역개발 모델 또는 시설 건립 사업 조사 전문가 등에 건축사를 채용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다. 연중 수시로 채용하며 자세한 사항은 KOICA 홈페이지(http://www.koi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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