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 안미옥

건네받은 악수에는 깨문 자국이 있다. 우리는 울타리 바깥에 있다. 잡지 못한다는 것은 놓지 못한다는 것. 우리가 다정하고 따뜻해질 때. 누군가는 거울 속을 파헤쳐 묻혀있던 거울을 꺼낸다. 뼈에 안이 있다고 생각하면, 부러지지 못하는 여름. 하나의 자세로 의자는 두꺼워진다. 모험은 발밑에 있다. 파도를 밀어낼 수 없어서 휩쓸리는 파도. 흘러내리지도, 무너지지도 못하게 발밑을 막고 있다. 우리에겐 들고 다닐 만한 열쇠가 없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물길은 변한다. 다가오는 것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계절은 계절과 만난다. 휘어지지 못하는 못이다. 가벽으로 만든 문이다. 깊이를 벗어나고 있는 흰 눈이다. 우는 발목으로 달려오는 한 사람, 손전등을 들고 있다. 웃고 있다.

 

 

 

-『온』에서
안미옥 시집 / 창비 / 2017
시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묵은 논쟁처럼 우리에게 처음은 항상 답답한 점 투성이다. 그래서 처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빠져나오지 못 할 미궁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찾지 못 할 처음을 미뤄 둔다고 그 다음부터가 쉬워지지는 않는다. 처음 그 다음은 이상한 겹침과 반복으로 어리둥절해 진다. 하나의 자세로 인해 의자가 두꺼워지듯이, 자꾸 무엇이 무엇을 덮고 복잡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웃고 있다’라는 의미는 뭘까? 역설일까?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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