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원고 집필 의뢰를 받고 주제를 정하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다 개업 후 짧은 기간(5개월)이지만 느낀 점을 몇 자 적고자 한다.
어릴 적(성인이 된 후에도)에 누구나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신문에 재미있는 그림과 한편의 우화가 곁들어져 있는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서 교훈도 배우게 되고 놀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을 것이다. 쉽게 답을 찾을 때도 있지만, 때론 너무 어려워서 꼭 한 두 개는 끝내 찾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새내기 건축사들은 인생이 있어 또 다른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보이지 않은 것을 찾아 때론 눈에 보이지만 익숙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숨은 그림을 하나 찾아 내면 또 다른 숨은 그림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답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내기 건축사들은 자신만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다.
 여러 가지 숨은 그림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만남과 헤어짐(그 대상이 사람이 될 수도, 사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이라 생각한다. 이에 짧은 의견이나마 좋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만남은 곧 헤어짐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만나면 헤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회자정리는 곧 ‘생자필멸生者必滅’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과 사람만으로서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 어떤 사물과도 만나고 헤어진다. 사람과의 만남이건, 사물과의 만남이건 간에 좋은 만남과 좋은 헤어짐으로 충만된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서 무한한 시간 속에 영겁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만나보고자 갈망하게 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하여 보람을 느끼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건축과의 만남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은 건축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좋은 건축사와 좋은 건축주의 만남이 있어야 하지만, 좋은 건축사와 좋은 건축주의 만남은 그 만남에 앞서 좋은 건축사가 있어야 한다.
좋은 건축사는 건축과의 만남을 자기 생애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로 생각하며, 매일 매일 건축과의 만남이 자기 생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한다. 좋은 건축사는 좋은 건축사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며, 만나서 만난 사람의 좋은 체험을 듣고, 좋은 사람의 좋은 생각을 알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많은 좋은 가르침을 받아들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인생이 있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잡지나 신문의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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