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대가기준 엄정한 집행, 시장질서 기준 제시해야
비정상적 관행 정상화돼 불공정행위 피해 없어야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는 불공정 ‘갑을 관계’ 개선이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발주처의 법 근거 없는 규제에 대한 철폐 및 제도개선이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오며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건축사협회는 건축서비스산업이 부가가치 높은 지식산업·융복합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며 발주처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적극 요구해왔다. 
올 4월 27일 발주처가 법 근거 없이 행하는 불공정계약행위 중 의미있는 제도개선 방안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설계비 감액지급 관행 개선을 주요골자로 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설계공모 운영에 있어 ‘설계비’ 용어정의를 ‘계약담당자가 공모 당선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하여 시행공고에 명시한 대가’로 정의해 설계비 전액지급을 유도키로 한 것이다. 설계공모 때 계약을 볼모로 설계대가를 깍는 이른바, 발주처의 ‘수의시담(가격협의)’ 불공정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경쟁을 전제로 한 설계공모 취지를 고려할 때 공고된 설계비를 깍는 것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일이며, 이것이 사업지연·설계품질 저하와 연결된다는 건축사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사실 수의시담은 현재 계약 관련 법이나 지침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써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는 용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발주처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설계공모 당선이 되고 나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가격협상 과정을 통해 설계비를 깍아왔다. 기본적으로 건축설계공모는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것인데, 견적서만을 제출하고 있는 수의계약으로 간주해 낙찰률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당선작에 걸린 설계비를 보고 수 천만 원을 투자해 공모에 당선되더라도 건축사들은 계약을 볼모로 한 ‘수의시담’에 발목이 잡혀 10~15% 정도의 설계대가를 깍이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공공이 시장질서 기준을 제시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분쟁발생·사업지연·설계품질을 저하시키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설계공모를 진행하는 건축사에겐 보통 설계공모 진입장벽에 좌절하고, 당선되고 나서도 수의시담에 15%의 설계비를 깍이며, 계약하고 나서도 각종 인증·VE업무·설계변경 등에 시달린다는 말이 있다. 설계공모에 발을 들인 건축사에겐 참으로 고달픈 일의 연속이다.
이외에도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발주처의 법 근거 없는 불공정관행으로는 공사비 요율방식 대가 계약 시 공사비가 증액됨에도 설계비는 증액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또 건축설계용역 발주 시 전기설비, 통신설비, 소방설비 부문과 컨소시엄을 요구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문제는 건축사사무소가 설비회사(전기, 통신, 소방 등) 업체수가 적어 참가하지 못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건축사사무소에 통합발주하거나 발주 시 참가제한이 아닌 계약 시 분담이행토록 해야 한다. 
비정상적 관행이 정상화되어 더 이상 발주처의 꼼수로 인한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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