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건축계와 공식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2008년 12월1일 정식 발족한 이후 임기를 약5개월 남겨두고 드디어 건축계와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펼친 것이다. 물론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기본법에 근거한 법적 지위를 갖는 위원회이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 인만큼 대통령의 여러 공약이나 정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또한 최초로 건축을 주제로 대통령과 논의한다는 점에서도 분명 건축계의 바람과 생각들이 여과없이 전달하거나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건축계의 큰 기대를 안고 발족한 위원회가 어떠한 비전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어떠한 아젠다와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건축계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소통의 부재 때문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6월30일 토론회는 무엇보다도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의 장이라는 면에서 반가울 따름이다. 지난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다른 지면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소개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부만 정리하면,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과 건축사협회장의 인사말에 이어서 김인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을 좌장으로 국토해양부, 서울시, 건축가협회, 건축학회, 건축사협회에서 각 한분씩 나서서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과연 우리나라의 건축과 건축계에 대해서 어떠한 의식과 관점에서 고민하고 접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공식적인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토론 시간이 한정되어 구체적인 현실과 자료에 근거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에서 여운이 많이 남는 그런 자리였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현장에 있는 건축인들의 의견과 고민을 듣는 자리로 여긴다고 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건축계를 대표하는 정부기관과 지자체, 건축3단체가 발제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늘 그렇듯 건축에 대한 논의는 건축의 철학적 가치와 문화적 중요성으로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이 아직도 공허하기만 한 이유는 현실의 건축은 그러한 가치들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서 건축은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혹은 건축계의 극단적인 양극화의 양상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가는 새로운 경쟁체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러한 크고도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하기에 앞서 무엇이 우리를 현혹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기울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어떠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토해양부의 김일환님이 발표한 건축에 대한 산업적 통계와 지표는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 중 일부를 인용하면, “100명 이상의 고용인을 둔 대형건축사무소가 전체매출의 30.5%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2005년)”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우리나라의 8천여개의 사무소 중에서 100인 이상의 사무소가 몇 개나 되는가?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 덩치를 키우는 것을 적극 육성한 정책에 따라 막상 덩치는 엄청 커졌지만 해외 경쟁력은 그리 강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건축설계시장의 2%에 불과한 국내시장(AIA에서 발표한 ‘The Business of Architecture 2006 기준)’에서 소형 프로젝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통계와 지표는 건축설계시장에 대한 산업적 관점에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건축의 산업적 현실을 건축계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젊은 건축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에 편승해서 건축가들은 자신의 건축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영업력을 강화해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러한 방향으로 모아진다. 이제 발주제도와 설계공모제도, 이외 여러 법규와 제도 등 이 모든 정책적 방향이 바로 그러한 통계와 현실을 반영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향에서 이루어져야함을 쉽게 미루어 생각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건축기본법에 대해서 실행 법률의 보완으로 건축기본법을 구호에서 실천으로 이행하게 하고, 설계의 사후관리를 위한 건축사의 법적 의무의 확보하는 것 등도 건축가들이 자신의 건축에 집중하고 건축계 내부에 머무르게 하는 요건이 될 것이다.

국가건축위원회는 건축계와 무엇을 주제로 어떻게 소통하는가? 우리나라의 건축과 건조환경이 어떠한 방향으로 무엇을 목표로 이끌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 국가건축기본계획의 심의과정에서 깊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건축은 늘 사회적 요구와 욕망을 투사하며 반영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정말 어렵게 만들어진 최고의 건축정책 결정기구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계를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건축의 산업적 진흥을 넘어서서 건축을 통한 우리사회의 격을 높이고 우리나라의 격을 높이는 일로서 중요한 책무이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계의 현실과 바람, 건축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서 늘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반영하고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에 대해서 건축계와 늘 소통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까지도 국가건축정책위원회로부터 아무런 파장이나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러한 요구는 건축계의 너무도 소박한 바람이다. 물론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계를 위해서 건축계를 대변하는 입장보다는 건축의 소비자인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이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국민의 희망과 국민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방향에서 위원회가 활동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역시 건축계와 소통하고 건축계의 그러한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국민을 위하는 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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