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설계하는 자의 마음 - 하나
학창시절 후배들에게 여자 친구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이런 말들을 한 기억이 난다.
“한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엔 세 번의 만남이 있지. 첫 만남은 그야말로 첫인상으로 만나고, 두 번째 만남은 사람의 됨됨이를 보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지속적이고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되는 거야”라며 선배로서의 경험을 애기하곤 했는데, 지금 난 과연 건축주들과의 새롭고, 설레는 만남을 세 번째까지 갖고 있는 걸까?

집을 시공하는 자의 마음 - 하나
“오는 데에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 전신주처럼 서 있으면 지나가던 개가 소변 지리니 열심히 일 혀!” 매번 웃으며 농담 한 마디로 힘든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시는 미장 오 사장님의 깨알 같은 말 한마디, “욕심 내지 말어!” 한치 공간이라도 현장에서 더 찾아보려는 설계자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목수 강 사장님, 서늘한 가을날 하루 일을 오신 분들에게 “오늘 하는 일은 한 겨울 이틀 먹을거리야!”라며 격려하시고 몸소 철근을 나르시는 철근 윤 사장님, 해 마다 회충약 대신 전기 한 번씩 감전되면 건강에 좋다는 전기 박 사장님, 도면을 보며 기계설비 배관에 대해 물어보는 이에게 “시켜만 주셔, 내가 다 해 드릴 테니” 오지랖 넓은 기계설비 박 사장님, 강하고 날카로운 금속을 다루면서도 수줍음 많은 김 반장님, 자칭 돌 박사 석공 배 사장님, 무엇을 해도 우리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술, 운운하며 똑 부러지게 마무리 하는 최 소장님,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는 박 회장님, 젊어서 큰 일 하나씩은 해보셨던 분들이 다들 말한다.
“최소한 내 일하고 욕은 안 먹어야지!”

집을 가지려는 자의 마음 - 하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는, 말 그대로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 좋은 집 어머님이 물려주신 땅에 세 자매 살며 월세 많이 나오는 집, 칠순이 다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마당 넓고, 전망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보려고, 새 살림 차리는 데, 새 집에서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부모님 돌아가시기전에 편안이 새 집에서 사시도록 지어보려고, 또는 편안하게 즐기며 내 멋대로 살아보려고, 건축주들은 아마도 부족했거나, 꿈 꿔 왔던 소망들들 채워보려는 마음이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가 책상 앞에서 밤샘 하며 그리고 또 그려본 작업이, 마음에 안 들어 지우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집이 나오는 경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게다.
지움으로써, 아니 나눔으로써, 집을 가질 순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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