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서부터 공(公)과 사(私)를 구별해야한다고 들어왔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공과 사를 구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왔으며,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사회적으로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요즘 우리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대통령 탄핵사건과 세월호사건도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해서,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하지 못한데서 기인된 걸로 보여 예나 지금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과 사를 구별하고 실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사실 그 일이 쉬운 일이였다면 인간생활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공적인 일을 한다하여도 그 출발은 개인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래서 사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살아있는 존재라면 본능적으로 그리 생각되지 않을까? 그러나 사익이 공익보다 우선시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공과 사의 구별은 한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하는 문제이다. 특히나 그 개인이 전문직을 포함한 공인일 경우 공과 사의 구별은 더욱 엄격해져야하고,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업무는 더욱 명확히 구별해야만 할 것이다. 더구나 그 공인이 본인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로 타인을 대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사(私)적인 업무를 할 때에는 내가 판단한 결과가 좋든 싫든 내가 받아들이고 감당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공(公)적인 일을 할 때는 그 판단의 과정도 공적인 공감대를 가져야 하지만 그 판단의 결과가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 판단은 신중해야 될 것이다.
공적인 업무는 저마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가공무원’의 업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그 뜻을 실행하기위해 국회의원을 선출하며, 국가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무원을 둔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나라가 어지럽고, 그런 국회의원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나라의 발전이 더디며, 그런 공무원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국민이 고달프다.
건축사는 전문가다. 좀 더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나라에서 자격을 부여한 공인된 전문가다. 그래서 건축사의 업무는 이미 그 시작부터 공적인 업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라에서 인정한 공인된 전문자격자를 넘어 국민이 신뢰하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건축분야 최고의 공적인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전문가가 될 것이다. 단언컨대 전문가로서 건축사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 건축사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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