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의 불공정 甲질, 내진보강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실시설계’로 단순화

서울시교육청 ‘2017년 내진보강사업 추진체계 수립안’ 마련
내진성능평가 때 공법선정하고 보강설계 때 ‘실시설계’만 실시
발주처 설계대가 줄이기 전형, 건축사 적정대가 못받아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내진보강사업 추진절차상 건축사가 수행하는 보강설계용역 설계단계를 ‘중간설계, 실시설계’ 2단계에서 ‘실시설계’ 1단계로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절감, 사업기간 단축을 빌미로 종전 내진성능평가 후 내진보강설계단계에서 결정하던 공법선정을 내진성능평가 때 같이 하고, 보강설계 때 건축사가 수행하는 설계업무 과업범위를 실시설계 1단계로 단순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내진보강사업 보강설계 과정에서 건축사가 수행하는 ‘중간설계’ 단계가 없어지며, 설계대가도 불합리하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 줄인 설계대가 예산을 새롭게 도입되는 내진성능평가검증에 돌려 사용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 22일 교육부,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개최한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 선진화를 위한 관계자 워크숍’에서는 시·도 교육청 내진보강사업 현황 및 사례발표(서울특별시교육청, 부산광역시교육청), 구조설계자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 선진화 방안, 내진보강 매뉴얼 개발 및 내진설계 기준 개정이 발표됐다. 이날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 김대진 주무관이 발표한 ‘2017년 서울시교육청 내진보강사업 추진체계 수립안’에 따르면 서울시가 올해 내진보강사업에서 3단계 ‘내진보강설계(건축사) 단계’ 때 하던 ‘공법선정’을 이전 단계인 2단계 ‘내진성능평용역(건축구조기술사) 단계’로 변경하며 기존에 하던 중간설계를 없애고 실시설계만 시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진성능평가단계에서는 기존 건물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내진성능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구조기술사사무소 또는 정밀안전진단 업체가 정밀안전진단·지반조사·내진성능평가·공법제시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02동 291억 원 예산을 투입해 내진보강사업을 작년 76억 원에 비해 4배 가까이 확대 추진한다. 작년 경주지진 여파에 따른 것으로 학교건축물 내진보강사업 예산투자 확대방침아래 올해부터 ▶ 내진보강 사업계획 외부공개 ▶ 공법선정단계 변경(보강설계 → 내진성능평가) ▶ 공법선정위원회 의무 시행대상 기준 마련 ▶ 공법선정 위원구성, 배점기준 및 선정기준 변경 ▶ 내진성능평가 검증(제3자 검토, Peer Review) 절차를 새롭게 도입·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법선정 절차에서 내진성능평가 및 보강설계 연계성 결여·책임한계, 특허·신기술 등 자재·공법 적용 기준 부재, 내진성능평가결과 검증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이 건축물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중간설계 등 일부 설계단계를 빼는 것은 전형적인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해당한다. 보통 발주처가 설계대가를 줄이는 방편으로 악용하는 행태인 것.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에 따르면 건축사의 설계업무는 기획업무,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로 구분돼 대가를 명확히 산정해 지급해야 하지만, 공공기관이 실제론 실시설계만 발주하고 계획설계 및 중간설계를 함께 떠넘기는 식이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발표자료에서도 내진보강 실시설계 시 ‘설계도면 및 내역서, 시방서 등을 작성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업무단계도 애매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실시설계만 시행한다고 해놓고 중간설계에 해당하는 업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가 없이 중간설계업무를 불합리하게 떠안게 되는 셈.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을 적용해 기존 학교건물을 보강설계할 땐 중간설계, 실시설계를 적용해왔다. 이유는 중간설계에서 실시설계 단계의 변경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이런 중간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공사에 필요한 설계도서가 작성되는 실시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간설계에서는 연관분야 시스템 확정에 따른 각종 자재·장비 규모·용량이 구체화된 설계도서가 작성되는 단계다. 이후 실시설계에서는 공사의 범위·양·질·치수·위치·재질 등 시공을 위한 상세 설계도서가 작성된다.
A건축사는 “건축의 취지는 설계업무 때 구조, 전기, 기계 등 전체를 아우르는 것인데, 교육청공무원이 업자들과 협의해 싸게만 하겠다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현재 교육청이 건축물 설계업무 중 기본계획을 교육시설 관련 학술분야 전문기관에 맡기고, 감리 또한 교육청 공무원이 수행하는 것도 실정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현행 건축사법은 건축물의 건축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 변경안에 따르면 ‘내진보강 시 건축사 역할 사실상 마감재 설계로 제한’
   서울시 방침 다른 지자체 교육청에 준용될 가능성 커

또 현행 건축법상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제곱미터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은 허가대상인 대수선에 해당함에도 서울시교육청 내진보강 사업계획대로라면 허가절차를 위한 정상적인 건축사 자문 및 역할이 제한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유는 내진성능평가용역 단계에서 성능평가, 공법선정, 내진성능평가검증이 이뤄지게 될 경우 보강설계 과정에서 건축사 역할은 사실상 마감재 설계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건축물 안전에서 흠결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진보강 공법선정위원회를 기존 건축사 등 건축일반분야 위원 7명 참여를 1명으로 줄이고, 건축구조기술사 5명을 새롭게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내진성능평가용역 및 공법선정의 적정성 검증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추천하는 건축구조기술사에 의한 제3자 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서울시교육청 내진보강사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실시설계를 한다 해놓고 중간설계업무를 요구한다하는 게 관행화돼 있다”며 “중간설계업무 삭제에 따른 예산절감 비용은 새롭게 신설되는 내진성능평가 검증 절차 도입비용으로 충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교 건물 내진보강 사업은 엄연히 건축법상 허가사항인 대수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학교 내진보강을 대수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건축물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만약 서울시교육청에서 변경안대로 하게 된다면 통상 다른 지자체 교육청에서 준용할 가능성이 커 문제가 크다”고 전했다.

◆ 공사업체와 교육청의 유착문제 선결돼야
   ‘내진보강사업 예산↑, 공법선정위에 건축사 참여 확대’ 필요

이에 대해 A건축사도 “업계에서는 통상 내진보강 학교 선정과정에서 공사업체가 안전진단 및 성능평가 용역을 수행하며 내진보강 공사까지 수행하는 실정이다”며 “교육청 로비를 통한 부적절한 공법이 적용되는 등 공사업체와 교육청의 유착문제가 선결되는 게 먼저지, 내진보강 전체 비용은 그대로 놔둔 채 중간설계비를 발주처 마음대로 삭제해 그 비용으로 내진성능평가 검증절차에 사용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법선정 객관성·전문성 확보를 위해 선정위원회에 건축사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행, 변경 내진보강사업 절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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