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발의] 노웅래 의원 ‘건축법 개정안’…철거감리 도입 추진

건축물 철거 때 안전 관리 감독 부실 문제를 들며 의무적으로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무원이 수행해야 할 ‘건축물 철거 확인업무’를 ‘철거감리’ 도입 명분하에 건축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철거현장 안전사고 ‘관리감독 부재’가 근본원인

노웅래 의원은 3월 2일 건축물의 철거공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성 확보 목적의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노 의원은 올 1월 8일 일어난 ‘낙원동 철거현장 붕괴사고’를 언급하며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 규모에 관계없이 철거신고만으로 철거가 가능해 안전심의 등 전문가 사전검증 절차가 부재하고 공사비 절감을 위해 영세 비전문업체에 의한 주먹구구식 철거공사가 만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건축물을 철거하는 경우에 공사감리를 하게 함으로써, 건축물 철거공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개정안 취지다.
그러나 건축물 해체공사를 실제 수행하는 주체는 시공사임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사고발생 시엔 모든 책임을 건축사가 떠안게 된다. 철거감리 대가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비용·책임만 건축사에게 강압적으로 떠넘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건축사들은 건축물 철거공사 중 가장 필요한 역할은 실제 ‘감리’ 역할보다는 ‘감독 업무’라고 입을 모은다.

◆ 철거감리 도입은 공무원들이 해야 할 업무, ‘건축사’에 떠넘기기?

철거감리 도입을 주요골자로 한 ‘건축법 개정안’을 놓고 건축사업계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 정책연구실은 3월 9일 제2회 건축위원회에서 이번 입법발의된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조병섭 건축사는 “개정안 취지가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건축사의 책임·대가 등의 이유로 반대하기보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건축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경우, 착공신고 이후 철거가 가능하도록 행정절차가 변경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사협 구춘회 건축위원은 “개정안은 철거감리를 건축사의 업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거감리에 대한 절차 및 대가가 대통령령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사협 건축위원회에서는 대체적으로 철거감리 도입으로 건축사 업무가 확대되고, 관련 업무대가가 산정될 경우 제도도입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 건축법상 철거공사에 대한 업무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감리 도입은 허가권자를 비롯한 책임당사자들의 책임 혹은 안전 떠넘기기라는 주장도 크다.
A건축사는 “건축사들이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철거공사의 책임을 지는 건 부담이 크다”고 전하며 “공사감리자는 설계도서대로 공사가 이뤄지는지 확인하지만, 개정안에 명시된 해체공사계획서는 철거공사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용어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B건축사는 “건축법 제36조제1항에 따르면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는 건축물울 철거하려면 철거 하기 전 허가권자에게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는 데 반해 건축법 시행규칙 제24조(건축물 철거·멸실의 신고) 제1항에서는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자는 해체공사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어 ‘철거’와 ‘해체’ 둘 중 하나의 통일된 명칭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철거감리 시 제출하는 감리완료보고서와 감리자가 제출하는 감리완료보고서 명칭이 같아 헷갈릴 수 있어 이 또한 용어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보면 철거공사 감리자는 공사 공정에 따른 ‘감리중간보고서’ 및 ‘감리완료보고서’ 작성 의무가 제외돼 있다.
또 개정안이 철거와 건축행위가 별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철거와 신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만 말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철거 시점과 착공신고 행정절차, 공사 시작 시점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다.
C건축사는 건축위원회 조병섭 건축사의 철거신고 행정절차 변경 의견에 대해 “철거감리를 선정을 위해 착공신고와 철거를 무조건 동시에 진행하게 하는 경우는 규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체공사계획서 작성 시 가이드라인, 안전점검 체크리스트 마련 우선

체계적인 해체공사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 매뉴얼,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개정안의 철거감리에 대한 권한도 명확하지 않은데 현행 해체공사계획서는 작성 내용이 일반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D건축사는 “철거감리에 해체공사계획서는 안전관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개정안은 해체공사계획서의 작성 가이드라인 준비는 커녕 철거공사에 전문가를 이용해 감시자만 추가하는 격”이라 말했다. 실제 동명대학교 김진호 교수의 ‘건축물 철거작업의 안전사고 원인분석을 통한 사고 예방대책 수립 고찰(2012)’ 논문에 따르면 철거작업에 대한 미흡한 관리체계를 철거현장 안전사고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덧붙여 D건축사는 “정부에서 1차 책임자인 건물주와 시공자가 철거현장 안전 여부를 판단할 해체공사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 마련이 우선”이라며 “1차 책임자들이 사전에 수립한 철거계획과 철거 시 주의사항을 숙지할 수 있도록 철거공사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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