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발언대에 기고를 부탁받고, 필자가 제일 못하는 것이 글쓰기인지라 굳이 사양하다가 승낙하고 말았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생각하는 중에, 요즘 관심 있는 단어 ‘편견’이란 것이 문득 떠올랐다.
편견(偏見)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고 한다. 편견은 오히려 선판단과 혹은 선입견의 느낌이 더 강하지 않을까?
필자도 건축설계 실무를 한지 35년을 넘기며, 또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인용할 때, 전문분야에서 일한 지 벌써 아홉수를 넘겼으니, 전문가로서 학식과 경험으로 인하여 편견이 몸에 내재돼 말과 몸짓에 화석화되어 있는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건축 관련 지식이 편협과 소통의 부재로 일반화되어, 저 건물은 디자인이 잘되었고, 재료를 잘못 사용하고, 색상은 칙칙하고, 공간은 휴먼스케일인데 등...
또한 경력·경험이 부족한 직원에게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강요하고, 건축주에게는 전문지식이 없다는 생각으로 의견을 듣거나 계획에 반영하기보다는 강권하고, 또 인허가 관청 공무원들이 법령해석·적용을 부정적으로만 한다고 생각하고, 설계 협력업체와 동료의 의견을 무시했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본다. 그리고 계획된 건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게 하기 위하여 공사 관련자와 특히 전문 업체의 노동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감리를 수행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미국의 교육학자 프레데릭 마이어는 「편견 : 인류의 재앙」 책에서 편견을 인류의 재앙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편견이 가지는 해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학식을 가진 학자, 전문가, 정치 및 종교지도자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이 가진 편견으로 인한 병적인 증오로 인류가 상상하기 어려운 희생을 치러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편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편견은 증오심을 일으키고,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후난성 장가계(張家界)의 천문산(天門山) 등반 중에 친구가 이야기 한 공자의 구절(句節)이 생각이 난다. <맹자> 진심장구 상(上)편에 보면 맹자가 공자를 평가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54세 나이로 세상을 14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온갖 우역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공자가 56세 때 중국의 오악(五嶽) 중 하나인 태산(泰山)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登東山而小魯요 登太山而小天下라!”

동산은 공자가 살던 고향 곡부에 있는 조그만 산이고, 공자가 자기 고향 뒷산에 올라가서 본 것은 공자가 태어나고 자란 조그만 노(魯)나라였으며, 그러나 태산에 올라가서 본 것은 넓고 광활한 새로운 천하였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가 천하를 작다고 바라본 경험이 있기에 일반사람과 다르다고 회자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오늘도 편견을 깨트리기 위하여 “登太山 小天下!”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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