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발된 봄
- 신용목


나는 격발되지 않았다 어느 것도
나의 관자놀이를 때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폭발하지 않았다

꽁무니에 바람 구멍을 달고
달아나는 풍선

아의 방향엔 전방이 없다
머러지는 후방이 있을 뿐

아무 구석에 쓰러져
한때 몸이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한때 화약이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봄의 전방엔 방향이 없다
다가오는 허방이 있을 뿐

어느 것도 봄의 관자놀이를
때리지 않았으므로 봄이 볕의 풍선을
뒤집어쓰고 달려가고 있다

살찐 표적들이 웃고 있다


-『아무날의 도시』신용목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2
‘절명시(絶命詩)’는 죽음을 생각하며 쓰는 시다. 주로 일본에서 유행했지만 중국과 한국에서도 종종 쓰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쓰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미리 써놓은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기 삶의 결기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시인으로서의 자기 삶의 결기를 주로 표현하는 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보들레르나 랭보에게서도 보인다. 이시는 시집의 첫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집이 어떤 각오로 쓰였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부정과 부정들, 그래서 만들어진 허방 시인은 가감없이 잡아낸다.
<함성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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