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업무를 시작한지 이제 9년차 그중 사무실을 아산시로 이전하여 업무를 시작한지 2년차다.
건축학과 학생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중인 직원(예비건축사)분들 대부분의 최종 꿈은 건축사를 취득하는 게 목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업을 통해 건축을 배우고 사무실에서 건축설계에 대한 실무를 배우면서 말이다.
필자 또한 동일한 과정을 통해 건축사자격을 취득했고 부푼 꿈을 가슴 가득 품고 현실의 무서움을 고려치 못한 채 바로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러나 가슴가득 품었던 건축에 대한 꿈이 현실(생존)을 인지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건축은 자본의 시녀라고 했던가? 어느 순간 당연하다는 듯 필자 또한 건축주의 그리고 시공사의(지방의 경우 대부분 직영공사) 시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이따금 하기 시작했고 의뢰인은 자신들이 원하는 건축에 대해서만 말할 뿐 건축사는 그저 인허가를 위한 대행자 수준으로만 생각하는 듯 했다.
필자가 계획한 도면이 바뀌기 일쑤고 전반적인 설계의도를 설명해도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경제적 이익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건축사의 생각과 설계의도는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졌다. 필자가 하고 싶은 건축은 할 수 없었고 정말 하고 싶은 건축을 해보자 맘 먹고 다잡아 보기도 했지만 사무실 식솔들과 대표자인 필자를 포함해 7명의 생활을 위한 현실 앞에서 타협 없이는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지방 건축사사무소의 현실이리라 생각한다. 건축주가 시공사이며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건축사의 의견이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필자는 현실(생존)과 이상 사이의 고민을 그리고 이상을 찾아서 사무실 이전을 선택했다.
사무실 이전이 전부는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서 도전을 선택했으며 물론 두렵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었지만 건축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소통할 수 있는 건축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필자의 건축을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고 해야 할까? 요즘은 건축주들과의 소통과 건축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긴 동선을 갖는 평면과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꾸 움직이게 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며, 건축에 대한 고민은 건축주분(의뢰인)이 생각하는 건축물보다 더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 건축사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알고 계셔야 합니다”라며...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필자가 해보고 싶어 했던 건축을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하다. 결국 모든 건축은 현실에 쫓기게 되고 이상을 쫓는 게 아닐까?
필자 또한 그렇게 소통하며 생활할 수 있는 예쁜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이상을 쫓는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