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관리인 배치制’ 시행됐지만…공사현장에 비해 부족한 건설기술자 수

2월 4일, 건축법 개정·시행
‘건설업 면허 없이 시공가능 건축물 현장관리인 배치’
현실성 있는 인력수급 대책 필요

건축주가 소규모 건축물을 시공할 때 현장관리인을 지정하는 이른바, ‘현장관리인 배치제’가 시행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축공사현장에 비해 건설기술자 인력이 부족해서인데, 현실성 있는 인력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월 4일 건축법 개정으로 앞으로 건설업자에게 도급하지 않고 시공하는 모든 건축공사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소규모의 건축주 직영공사 땐 건설기술자의 보유 및 배치기준을 적용받지 않다보니 건설업 미등록자의 부실시공으로 피해가 급증해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국토부 방침이 반영된 결과다.
올 1월 24일 국토부는 2월 4일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한 모든 건축공사에 배치해야 하는 현장관리인 건설기술자 직무분야를 등급에 상관없이 ‘건축분야와 관련된 자’로 한다는 내용의 ‘현장관리인 배치제도 운영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도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고,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됐다는 점이다.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서 제공한 ‘건축 착공 허가·신고 건수(2015.01~2015.12 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직접 시공하지 않는 경우는 135,852건에 이른다.
이에 비해 현장관리인으로 배치할 수있는 전국 건설기술자 수는 39,689명이다. 국토부 지침대로 직무분야가 건축분야로서 사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건설기술자 수다.

◆ 39,689명의 건설기술자, 1년 동안 135,852개의 공사를 맡아야
   현재 건설인력 상황에선 감당할 수 없어

각 수치를 비교해보면, 각 17개 시도에 등록된 건설기술자의 수가 공사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의 경우 사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건설기술자가 1585명인데 비해, 2015년 기준 건축공사 수는 17,729건이다. 이렇게 되면 전라남도에서는 1명의 건설기술자가 1년 동안 약 11(11.1)개의 공사현장에서 현장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셈이다.
건축사 A는 “지방의 경우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건설기술자가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현장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자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시스템도 없는 실정이다”며 “지방 건축공사 현장에 현장관리자를 지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력난이 필연적으로 유발되는 이번 현장관리인 배치제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장관리인을 배치해야하는 시공 현장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건축사 B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5조(건설기술자의 현장배치기준등)에 보면 건설기술자를 현장대리인으로 지정하는 범위를 발주자의 승낙을 받아 1인의 건설기술자를 3개의 건설공사현장에 배치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다”며 “현장관리인을 배치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공사예정금액 5억 원 미만의 동일한 종류의 공사로서 ▲동일 지역에서 행해지는 공사 ▲시·군을 달리하는 인접한 지역에서 행해지는 공사로서 발주자가 시공관리 기타 기술상 관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는 공사 ▲이미 시공 중에 있는 공사의 현장에서 새로이 행하여지는 동일한 종류의 공사의 경우는 현장대리인이 배치될 수 있다.

◆현장관리인 배치 기준 미비, 현장대리인처럼 지정 기준 마련해야
  지방, 건설기술자 정보 제공 이뤄지지 않아…
  건축주가 직접 인력수급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갖춰야

또 다른 건축사 C도 “건설기술자를 건축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기술자를 개인이 접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축주가 설계자한테 현장관리인을 구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건축주가 건설기술자를 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하루빨리 준비하거나 건설기술자는 건축설계가 아닌 건설인력분야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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