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진화, 그 다양성에 대하여 ⑮

지난호에서는 각종설비의 시대적 변화과정과 현대한옥의 전통적인 공간 내 현대적 설비(위생 및 냉난방)들이 인테리어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시공사례를 통해 알아봤다면 이번호에서는 전기분야 설비계획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근래 현대건축 트랜드 중 하나를 꼽자면 노출 또는 빈티지(Vintage) 스타일의 복고풍 건축이다. 빈티지란 용어를 명사적 의미에서 전해져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획일화해 가는 현대사회에서 개성 있는 자아를 찾아 다른 이들과는 차별된 이미지를 옛것으로 재구성해 사람들에게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콘셉트다.” 한마디로 말하면 ‘오래되어 가치가 있는 것’ 혹은 ‘오래되어도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다시 한옥을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옥의 매력은 부재의 노출을 통해 심미성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인데 현대적 설비들은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기설비 중 조명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최초 전기의 사용은 1887년 경복궁에서 시작됐으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한참 이후에나 보급됐다. 과거 전기가 없던 한옥은 조명이라고 해봐야 촛불뿐이었을 것이다. 전통한옥은 실내에서의 빛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외부 햇빛에 의한 내부에서의 느끼는 부분이 큰 매력이라 생각된다. 낮에 밝은 빛은 겹겹의 창호나 창호지를 투과해 실내로 유입되고 처마의 깊이로 일사량을 조절하는 등 빛에 대한 한옥이 가지는 특징도 무수히 많다. 다시 돌아와 현대한옥의 조명은 조명기구 자체의 화려함 보다는 각 공간과의 어우러짐이 고려돼야 하겠다. 대청의 연등천정은 조명기구를 노출시키기 보다는 인테리어마감을 통해 매립되어진 간접조명을 사용해 공간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며, 리모델링 등 불가피하게 노출시켜야 할 경우에는 애자를 활용한 노출전선에 은은한 빛을 내는 한지등기구 등의 빈티지스타일로 연출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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