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짙어가는 지난 5월에는 유난히 크고 작은 행사가 많다. 특히 금년은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를 비롯해서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게 되어 더욱 바쁘게 보냈다.

지난 5월 13일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아주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건축사 한분이 주관하는 ‘정(情)담회’라는 작은 모임이 있어 참석하였다. 지역 건축사를 비롯해서 건축 관련 학계와 건설업계, 행정,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요구되는 건축인들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 지역 건축인들의 실정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갖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으로 두 번째 개최되는 정담회에 건축사와 교수, 공무원 등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석해서 건축인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격이 없는 대화가 오가는 일찌기 볼 수 없었던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건축사가 그 동안 건축 전문가로서 그 역활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건축사에 대한 인지도와 위상이나 신뢰도가 낮아 건축사의 사회 참여 폭이 좁아 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또한 급변하고 있는 새로운 건축환경에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건축사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로서의 역량도 갖추고, 건축사의 위상제고에 노력하여 건축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내놓은 전문자격사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문 자격사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士)'자가 들어가는 집단의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전문자격사 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제시됐던 국민 수 대비 전문자격사 인원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전문자격사 공급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자격사 1인당 인구는 변호사 5891명, 공인회계사 3950명, 세무사 6606명, 건축사 4,313명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최대 20배까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개인사무소나 자격사 법인만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제한돼 있어 소비자를 위한 일괄서비스가 부족하며,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하고 영세한 규모로 인해 경쟁력에도 취약하다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서 그 동안 우리 건축사에게 꾸준히 요구 되었던 법인화 대형화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건축사사무소를 법인 건축사사무소와 개인 건축사사무소로 구분하려는 건축사법 개정안(유정복 의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법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 법인 건축사사무소 대표 자격을 완화하는 건축사법 개정이 이루어져, 누구든지 일정수의 건축사를 채용하면 건축사와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하여 대형건축물 턴키 공사 등에 건축사 업무를 할 수 있다. 요즈음 세계경제의 위축과 건설경기의 침체로 건축물 신축 건수가 줄어들고 리모델링이나 증축 등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건축사사무소의 영세화가 심화되어 건축사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덤핑수주로 설계시장의 물이 흐려지고, 생계형 건축사라는 신조어가 나돌면서 건축사의 품위마저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친데 겹친격으로 당초 5년제 건축학과 학생들이 배출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직원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지방의 경우 보조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앞으로 몇 년 후면 사무소 운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 된다. 이와 같이 건축사가 처한 현실은 뭐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의 제도나 법률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 항상 변화하면서 진화되고 있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건축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우리에게 더욱 큰 위기감과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건축사 업역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변화하는 건축환경에 대처하여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배가시켜 건축사의 위상 정립하는데 협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큼 본다고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어떻게 그 기술을 사용 하냐에 따라 기술의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은 결국 그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의 안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안목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려운 난세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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