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 김형술


아버지는 나의 동생
형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꽃
누이는 내가 강물 위에 띄워 보낸 편지
푸른 레몬 한 알의 어머니
평생을 만났지만
결코 만나지지 않는 서로의 시간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여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아 모두들 여길 보시고
김치이이.

-『타르쵸, 타르쵸』중에서
김형술 시집 / 문예중앙 / 2016
가족은 참 뜨악한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기억에는 없지만, 나는 내 의지로 태어났다 치자. 그렇다고 내가 이런(?) 가족까지 같이 원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물러 설 자리가 없다. 그 가족이 나와 평생 같이 서로 사랑할 존재라는 것은 더더욱 믿기 어렵다. 그 증거로 우리는 종종 가장 가까운 가족들끼리 가장 큰 상처를 준다. 급기야는 가족 같은 것은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까지 한다. 그렇게 커다랗게 보였던 아버지가 왜소해 지고, 여전히 수컷인 형은 낯설다. 그렇게 가족 자체가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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