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더 나은 올 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 모든 순간이 아름답기를,
모든 이의 얼굴에 햇살 같은
웃음이 깃들기를...

한 동안 따뜻하여 이게 겨울인가 싶더니 한 겨울의 추위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몸이 움츠러들어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다. 어렸을 때는 냇가에서 썰매를 탔고 커서는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 나이 40이 되어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은 ‘L’씨의 권유로 스키를 배웠다. 스키는 다른 운동과 달리 실력 차이가 나면 같이 탈 수가 없다. 그 분은 첫날 내게 정지하는 것과 방향전환 하는 것만 일러주고는 슬로프로 바람처럼 휙 사라졌다.
스키를 탄지 3년째가 되자 그는 쉬운 코스만 타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어느 날 다짜고짜 고급코스로 가는 리프트에 반 강제로 나를 앉혔다. 고급코스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출발하면 두려움에 몸이 굳어져 이내 넘어지고 수 십미터를 엎어져 정신없이 미끄러져 갔다.
그러기를 여러 번, 이렇게 맥없이 넘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을 지나치게 움츠리는 것이 문제였다. 넘어지든 말든 이를 악물고 오히려 경사면 바깥쪽으로 몸을 내 밀어 경사면에 직각이 되도록 노력하니 자세가 안정되고 나중에는 S커브를 크게 그리며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었다. 해가 갈수록 스키 인구가 늘어 리프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스키장 출입을 그만 두었다.
작년에 영화 ‘곡성哭聲’이 관객 수 70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영화와 관련해서 전라남도 곡성(谷城)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곡성’은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일부 장면을 실제로 곡성군에서 촬영했다. 문제는 영화 ‘곡성’이 곡성군의 곡성과 발음이 같아서 곡성군의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 우려한 곡성군민의 불만어린 여론이었다.
이에 곡성군에서도 영화 포스터에 한자로 ‘哭聲’을 병기 하도록 함과 동시에 영화 자막에 ‘본 영화 내용은 곡성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것을 삽입토록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곡성군수는 전남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역발상(逆發想)의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곡성군이 영화와 무관하다는 것을 아무리 역설해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오히려 지역홍보에 나섰다. 군수는 "우리 군은 범죄 없는 마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마을을 배출했다"며 "우리 곡성군의 봄날을 경험한다면 영화와는 완전한 대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고 "행여 영화 곡성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을 한 자락이라도 담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군수가 군민의 바람에 무조건 동조하여 반대만 했다면 곡성군은 군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고 작년 열린 「곡성세계장미축제」에 10일 동안 2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곡성군수의 ‘우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의 순간이 온다’는 신념은 위기에 대처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국면을 반전시킨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 2017년이 시작되었다.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 모든
순간순간이 아름답기를, 모든 이의 얼굴에 햇살 같은 웃음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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