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과 무정란은
생명의 존속에서 근본적 차이

닭의 해에는 유정란을 생산하는
리더십을 기대하자

닭의 해가 밝아왔다. 닭은 가금류 중에서 가장 많은 동물이며 한국인들이 맥주와 함께 선호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치맥이란 상품이 드라마를 통하여 전 세계에 퍼지고, 중국인 2000여명이 단체로 방한하여 즐기는 장면이 매스컴을 타기도 하였다. 그러나 닭은 인간관계에서 고기보다 달걀이 우선하는 것 같다.
이는 완전식품으로서 우리 가정에서 대부분 한사람이 하루 한 개 이상 소비하는 가장 값싼 영양식품이기 때문이다.
계란은 아기들을 위한 계란죽부터 시작하여 가정이나 가정식 백반에 등장하는 계란찜, 골뱅이 집에서 곁들여 나오는 계란말이, 물에 알 채로 익히는 수란, 떡국이나 국수의 고명 등 일용식에 다양한 형태로 쓰이며 익힌 정도에 따라서도 반숙, 완숙 등으로 나뉜다. 이렇듯 다양하고 흔한 달걀도 예전에는 귀물이었다. 빈한한 가정에서는 생일이나 손님이 왔을 때나 먹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장날에 돈사는 아낙네의 주요재원이었다. 살만한 집안도 계란은 어른들 밥상에나 올랐다.
이러한 계란의 대중화는 기업형 양계장 덕분이다. 비좁은 아파트형 닭장에서 닭은 공산품처럼 달걀을 쏟아냈다. 이러한 동물학대적인 사육방법은 결국 AI 감염의 치명적 취약점이 되어 요즈음은 거의 매년 살 처분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달걀은 암탉과 수탉이 방사되어 정상적으로 낳은 유정란과 양계장에서 수탉없이 낳은 무정란으로 대별된다. 무정란은 겉모습이나 영양가를 분석해도 유정란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일반적으로 가리지 않고 먹지만, 여유 있는 집은 대부분 값비싼 유정란을 먹고 있다. 유정란은 부화하여 병아리를 만들지만 무정란은 부화가 안 된다는 근본적인 차이점 때문이다. 불교에서 스님의 시신은 화장을 하게 마련인데, 고승의 시신에서는 사리가 수습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스님이나 일반인의 경우에도 사리가 발견된다고 한다. 다만 고승의 사리는 압력을 가해도 그대로이나 그렇지 않은 사리는 적은 압력에도 부스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걸 사사리라고 한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와 같은 이치이다.
요즘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가 ‘세월호 7시간’이다. “주사 맞았다. 잤다. 머리 하느라 두 시간 걸렸다” 등 말이 많은데, 본질은 “머리만지는 것이 법률위반이 아니라 만지던 머리를 중단하고 헝클어진 머리로 라도 대책본부에 나와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국민의 안위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데 있다. 이를 형법적용어로는 ‘부작위’라 한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부르면 입에 있던 음식을 삼키지 말고 뱉은 후 답하라고 배웠다. 삼키는 것보다 뱉는 것이 단 0.1초라도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네 회장은 작년도 7월까지 의례적인 두어 차례 모임 이외에는 관계부처에 들른 적이 없는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 확보한 자료를 통해본 결과, 회원을 위해선 한 번도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그래서 뭐가 잘못인가? 다른 사람에게 지시하여 잘 하고있는데, 그게 정관이나 제 규정의 몇 조 몇 항에 위배되었단 말인가? 이를 밝히지 않는 다면 감사의 무고다”라고 말한다면 정당한 것일까?
대통령이나 회장이나 분명히 놀지 않고 일을 한다. 다만 그 일이 유정란과 무정란 중 어느 것을 생산하는 일이냐가 중요하다. 유정란은 암탉 혼자 만들 수 없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새해에는 너나 없이 모두들 유정란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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