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아침이 밝았다. 닭의 해인 2017년은 행운을 부르는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역법(曆法)에 따르면 정유년의 정(丁)은 불의 기운을 상징한다. '붉다'는 것은 '밝다'를 뜻하기도 해서 '총명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이었다. 닭은 동틀 무렵이면 어김없이 우는 시보(時報)의 역할을 했고 예로부터 닭은 새벽을 알리고 양기를 불러오며, 음기와 액운을 쫓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닭은 여명(黎明)과 축귀(逐鬼)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옛날 사람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새해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그리는 그림인 세화(歲畵)의 소재에도 닭이 등장한다. 닭의 빛을 불러온다는 상징성이 어둠과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아울러 전통사회에서는 닭의 피에도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어서 마을에 돌림병이 돌때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또한 지금은 닭대가리 등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닭은 입신출세(立身出世)와 부귀공명(富貴功名)을 상징하기도 했는데, 이는 닭의 생김새에서 연유했다. 닭의 볏(冠)은 관을 쓴 모습이고, '볏'은 '벼슬'과 발음이 비슷해서 과거 급제를 염원했던 선비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어두기도 했다.
조선시대 닭 그림 중에는 어미 닭이 병아리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는데, 이는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상서롭고 긍정적 의미를 가득 담고 있는 ‘닭’이지만 지난 연말부터 상서롭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새해를 앞두고 닭을 조명하기는커녕 오히려 멀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의 정국 혼란은 닭을 은근히 업신여기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2,8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생매장됐고 1,000만 국민들은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사람 탓에 도마 위에 오른 닭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닭은 새벽을 알리고 빛을 부르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 여명을 알리는 동물이 바로 닭이었다. 2016년 국민들을 부끄럽게 했던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신년에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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