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주사약처럼 퍼져 들어오는 방
먼지의 낮이 시작되었다
거미가 떨어진다
시계 속에 어떻게 먼지가 들어가 있나
선홍색 너의 사진
바위 위에 널어놓은 토끼의 간


-   김승일 시집『프로메테우스』 파란 / 2016
공간을 뒤집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다. 고정돼 있는 공간을 어떻게 뒤집어서 관객들에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테이프를 이용해 공간의 전개도를 상상 할 수 있게 만들어도 보았고, 빛과 색을 이용해 공간의 모서리를 없애려고도 생각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애꿎은 담배곽 성냥곽만 뒤집으며 몇 달을 보냈고, 그 덕분에 지금도 상자만 보면 뒤집는 버릇이 생겼다. 결국은 빛인가? 이 시를 읽으며 “바위 위에 널어놓은 토끼의 간”처럼 공간이 뒤집히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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