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확한 침몰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천안함 침몰을 지켜보면서 ‘대한건축사호’는 안전한가를 이번 기회에 점검해 보아야 한다.

안전한 운항을 하려면, 외부기상환경정보의 이해, 분명한 항해의 목표, 고도의 항해장비, 평상시 배의 안전점검, 그리고 선원들 각자의 역할에 더하여 선장의 통찰력과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승무원의 정신적 해이함을 경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일 것이다.

대한건축사호가 항해해야 하는 바다의 기상조건은 매우 악화되어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위축, 건설경기의 침체등 으로 관련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비정형건축, 친환경인증제도, BIM등 우리가 지금껏 들어 보지도 못한 새로운 제도와 용어들이 설계시장에 난무하지만 어디에도 이에 대한 대가기준은 없다. 건축물 신축건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용도변경이나 증축, 리모델링 등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건축법도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건축물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우리의 항해목표도 안개 속이다. 설계시장의 위축으로 대다수 회원들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3단체 통합으로 내부적인 파열음이 있었고,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장단기적인 비전이 부실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선원(회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가? 생계란 명목으로 건축사의 품위마저 팽개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모 지역에서는 특검에 앞서 ‘사전검사’란 제도까지 만들어 놓고 차마 낯부끄러워 말하기조차 어려운 행태가 자행되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우리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핸드폰건축사(?)들의 덤핑수주로 설계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올해, 대한건축사협회는 기존 법제위원회에 3개 법제도개선위원회를 추가해 회원의 이익과 직결되는 관련법제도 개선에 역량을 집결하기로 하였다. 회장과 간담회를 통하여 건축법령 체계 개편, 건축물관리법 제정, 현장조사검사업무제도 개선 등 20개의 핵심 실천계획 및 개선과제를 선정하고 위원회별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하기로 하였다. 법이 입법되고 개정될 때는 그 기준을 관리하고 검증할 사람이나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건축사에 대한 위상이나 신뢰도가 그리 높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의 위상이 부정적이라면 아무리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일어서는 심정으로 깨어나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건축사는 설계·감리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다 그래”를 뒤집어야만 살 수 있다. 이제 건축사의 역할도 도시계획, 조경, 토목, 구조, 경관, 색채 등을 통합하여 디자인하는 퓨전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가적인 역량도 갖춰야 한다. 건축사의 업역도 건축시공, 인테리어, 구조설계, 원가계산, VE설계, 경관, 조경, 친환경, 유지관리, 에너지, 부동산, 공간환경 등 건축과 관련된 모든 분야로 열린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업역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젊은 건축사들이 협회에 참여하고픈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를 독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노후화된 선체를 보수하고 교체하지 않으면 저 거친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 갈 것인가.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건축사들의 위상정립이다. “건축사”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문화활동이나 대외적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내부적인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들(We) 속의 짐승을 우리(Cage) 속에 가두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위상도 우리(Cage) 속에 갇히고 말 것이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존경하는 ‘건축사’상으로 새롭게 태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항해는 지금보다 더 고단해질 것이다.

천안함과 운명을 함께 한 우리 장병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여기...대한건축사호가 침몰하고 있다고 SOS를 타전한다. 우리를 구조해 줄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SOS....SOS....SOS....SOS....SOS....SOS....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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