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is matter.
많은 사람들은 도심속 단독주택을 가진 집주인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단독주택을 가진 집주인의 실상은 다르다. 새로 지은 단독주택은 멋지고 좋지만 70~80년대의 보급형 국민주택이 대부분이다. 30~40년이 지난 집은 난방을 해도 춥고, 에어컨을 틀어도 덥다. 물도 세고 곰팡이도 자라고, 주변엔 빌라 숲으로 이제는 바라볼 조망조차 없다. 조금만 수리하려하면 천만원은 기본이고, 고쳐도 얼마 못가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긴다.
젊은 시절 힘겹게 장만한 집이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수리비가 부담된다. 집을 팔아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지만 매매도 비싸고 수입 없는 노년에 월 30~50만원의 관리비는 부담된다. 그나마 지금은 방 한 칸을 월세라도 받지만 생활은 녹녹하지 않다. 자식에게 손 내밀지 않고 살 방법은 끝까지 버티거나 주택신축판매업자에게 집을 팔아 목돈을 받아 지방 어디론가 떠날지, 금융회사에 주택연금을 신청할지 딱히 방법이 없다.

Money is matter of decision.
나는 건축사다. 건축설계를 하다보면 본인의 집을 짓는 사람보다 집을 지어 파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대부분이다. 그들 대부분이 대출로 시작한다. 딱 봐도 과도한 수위의 대출은 위험해 보인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 잘 못되면 큰일 날 것이 당연하다. 왜 그럴까? 궁금해 물어보자 답은 명쾌하다. “못 팔면 전세로 돌리면 된다. 땅값과 집값은 조금씩 오른다. 그리고 내 건물이다.”
70대의 노부부를 국영기업에서 진행하는 상담에서 만났다. 힘든 결정을 하고 왔지만 19평의 땅에 기준의 벽은 높고, 그렇다고 매몰차게 돌아가시라고 말하기 어렵다. 민간에서 수행하는 건축이라면 대출이자는 국가사업보다 높지만 그 이상의 대출비용과 수익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 단, 본인이 주변 전세, 월세, 매매에 대한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출하고도 건물을 지어 대출금과 원금이 상환 가능한지를 비교해보아야 하고, 돈이 문제인지, 돈을 사용하기 위한 결심의 문제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전세나 월세가 나가지 않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 집을 팔아야한다. 그러기에 건축주는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하고, 결심을 했을 때 건축사는 전문지식을 최대한 동원해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건축주를 도와야한다. 그분들은 건축사의 업무범위도 모르고, 설명해도 이해하는 건축주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른척할 수 없다. 주택신축업자가 건축주인 설계나 부동산업체가 연결해 수수료를 내야하는 설계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건축사의 위상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개인의 집을 짓기 위한 일반건축주를 더욱 만나기 위해선 건축사는 설계뿐만이 아닌 집짓는 과정을 건축주와 함께 고민하고, 돕는 것도 건축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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