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현

점심 먹으러 가던 길
(마음만 볶아 먹을 수 없어
매일 점심 먹는다)
유월 말의 맑은 땡볕 속으로
오직 예수, 깃발을 쳐든 남자가
당당하게 쳐들어 가고 있다
좋다
저런 깃발주의가 부럽다기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대낮의 균형이 부럽다
그래도 좋다

-『저기 한 사람』박세현 시집
시인동네 / 2016년
이 시에는 ‘점심’이라는 단어와 그 어원, 그리고 광신과 광신이 일상이 된 상황과, 그 일상의 균형이 팽팽하게 직조되어있다.
‘대낮의 균형’은 그래서 오히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이 대낮의 균형이 없다면 ‘점심’은 ‘오직 예수’로 체했을 것이고, 깃발을 쳐든 남자가 당당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낮의 균형’은 이 시에서 중추를 이룬다. 중추가 빠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아치의 키스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우리 창호에서는 돌쩌귀와 같다. 문설주와 문짝을 연결하는 돌쩌귀가 없으면 문은 역할을 잃는다. 따로 따로 있는 것들에 ‘같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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