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2016 국정감사 후속 긴급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패널(panel)식 토론으로 진행됐지만 ‘내진설계’라는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 입장차가 극명한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다수가 플로어를 채운 가운데 진행된 공개토론회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토론회 구성에 있어서 건축구조 관련 패널들이 대다수를 점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양 측의 형평성이 결여된, 편향적인 토론이 예측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대한건축학회의 공식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제발표자 중 한 교수를 학회의 직함으로 소개하고 발표 자료에도 이를 적시하여 타 언론에서는 내진설계 권한을 두고 대한건축학회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입장과 대한건축사협회의 입장이 정면충돌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사실과 다른 기사를 유발하여 국회의원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판단을 흐린 발표자의 이 같은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날 토론회의 사회를 담당한 교수는 토론회 주제발표를 마무리하면서 모두 협력해서 좋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결론을 만들기 위해 모였기 때문에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되도록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 직후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의 직전 주제발표 내용에 대해 지적을 이어갔다.
사회자는 회의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한다. 회의의 성공 여부는 이를 주재하는 사회자의 운영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자가 서투르면 그 회의는 혼란이 야기된다. 토론의 사회자는 비록 표현은 다르더라도 양방 간에 서로 내포된 공통점을 지적해 내거나 양방의 주장을 잘 정리해 내어 불필요한 혼란에서 벗어나게 해야하고 토론 전반에 걸쳐서 가능한 한 자신의 발언은 억제하는 것이 상식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 날 사회자의 발언에 대한 플로어에서의 지적으로 인해 이후 패널 토의는 에너지를 상실했고 김이 빠져 버렸다.
다수의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참석한 이번 토론회는 함량 미달 사회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중립성이 훼손, 그 가치가 사라지면서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해 버렸고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국회의원과 보좌진, 발표자를 비롯한 많은 패널들의 노력 또한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토론회에 비춰진 내진설계가 전공이라는 사회자의 사심에는 최근 언론에 넘쳐나는 건축구조계의 야욕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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