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국가기술자격은 각 개인의 재능과 능력, 그리고 전문성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검정을 통해 부여된다. 그 중 기술사는 응시하고자 하는 종목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계획, 연구, 설계, 분석, 조사, 시험, 시공, 감리, 평가, 진단, 사업관리, 기술관리 등의 기술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검정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기준을 통과한 기술사들은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해 건축사를 도와 관계전문기술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기술사들의 업무 수행방식은 문제가 있다. 기술사법에는 기술사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고 기술사가 설계도서등을 작성하거나 제작한 경우에는 그 설계도서등에 서명날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설계도서등의 작성 주체는 기술사다. 구조분야의 경우 구조계산서의 작성주체가 기술사라는 말인데 기술사사무소에 소속된 직원, 즉 보조 인력이 구조계산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한 구조계산서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만을 기술사가 수행한다면 동일 조직 내 자격대여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구조기술사 측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비전문가에 포함되는 보조 인력들이 작성한 구조계산서에 도장만 날인하는 것은 기술사가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자격대여라는 말이다.
또 다른 현실 하나가 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의 구조계산 업무 수행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0% 이상의 건축사가 구조기술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건축물 설계에 있어서 구조기술사가 아니더라도 구조기술사의 보조 인력들을 포함한 구조기술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모든 건축물 설계에 구조기술사의 참여 의무화를 주장하는 구조기술사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구조계산을 수행하는 인력이 구조기술자로 동일한 상황에서 구조기술사 날인은 문제없고 건축사 날인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주장 아닌가?
건축사는 건축사법에 의해 자기 책임 하에 보조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령에서 규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보조자가 기술사가 아닐지라도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면 업무수행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술사는 그렇지 않다.
기술사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비정상적 업무 수행이 관행과 같은 오늘날 학·경력에 의한 인정기술자 제도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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