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축물은 공공재인가? 특히 개인 사유지에 자기 자본을 투자하여 건물을 짓는 경우에도 이에 해당되는가?
나는 이 질문을 오래 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왔고, 언제부터인가 답을 가지고 있다. 개별 건축물은 개인 소유임에는 틀림없지만, 도시 속에서 더불어 사는 동시대 사람들 그리고 후손들 모두가 누리는 공적 자산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공공성(Publicness)이란 모든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공유하는 이익을 함께 실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데,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생물학적 욕구뿐만 아니라 놀이와 레저, 교육 등의 사회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이 욕구 해결을 위한 각종 기능들은 특정 공간에서 수행되며 그 공간이 바로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개개인에게 필수적 기능들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 장소를 이용하는 불특정 타인에게도 공유된 이익을 위한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단순한 개인의 이기적 욕망이 도시생태계를 지배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유학시절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실무를 할 때 프랑스 건축사들의 명함을 받아보면 architect et urbanist 인 경우가 많았다. 건축사이자 도시계획가이다. 개별 건축물을 구축할 때도 도시 전체의 맥락을 고려하며 작업을 하는 것을 고등교육과정에서도 훈련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도시 곳곳의 건축물에 도시민 다수가 함께 영위하는 공공성을 반영한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한동안 대형사무실에서 도시스케일의 프로젝트를 하거나 대규모 공공건물 프로젝트를 할 때면 괜히 세상에 대단한 기여를 한 것처럼 우쭐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소규모 사무실에서 일상의 작은 건축물을 계획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주변 신진건축사들을 보면, 소형건축물에 심혈을 기울이며 진지하게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일반적이고 표준화되며 주위와 단절된 사적공간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사무실을 이끌면서 얻는 큰 깨달음은 소형건축물의 역할이다. 개별 건축물이 서로 연계될 때, 도시의 뒷길과 골목이 변할 때, 사적 이기를 넘어 공공적 문화가치를 창출할 때, 소형건축물은 대형프로젝트나 마스터플랜 못지않게 도시환경에 큰 영향력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작은 건축물을 계획할 때도 도시적 연결고리를 고민하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바꾸어야 할 건축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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