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발생한 지진은 구조관계자 입장에서는 호재다. 지진에 흔들린 국민들의 심리를 안전이란 명분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언론들의 전문가 인터뷰 기회삼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궤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신들을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축사들은 종합병원원장이나 성형외과의사이고 본인들이 정형외과 의사라고 표현하면서 애꿎은 의료계까지 들쑤시고 있다. 모든 분야의 전문의는 의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후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될 수 있다. 기본적인 의사로서의 소양과 전문성을 확인받고 각자의 전문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건축설계분야로 따지면 건축사시험이 의사시험이고 이들은 모두 면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술사 자격은 전문자격이 아니다. 면허의 개념도 없다. 능숙한 기술자임을 증명하는 기술자격으로 이는 자격시험을 관장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기술사 제도 체계가 아닌 1급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전문분야 활동을 일정 기간 수행 후 1급 구조건축사나 1급 설비건축사가 될 수 있는 일본에서는 가능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국내 자격제도체계에서 정형외과의사에 스스로를 비유하고 건축사를 구조분야의 비(非)전문가라고 한 것은 의사와 건축사라는 직업 자체를 모독하는 언사(言辭)이고 국민들을 호도하는 행위다. 의사나 건축사와 같은 대접을 받고 싶다면 의사와 건축사들이 섭렵한 광범위한 관련분야 지식들과 전문성을 먼저 갖추고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수술실에 함께 들어간다고 모두 의사는 아니다. 의사 외의 스텝도 많지만 함부로 매스를 잡지 않는다. 수술실에서도 각자의 임무가 있다. 전문의는 수술을 직접 집도하고 전공의나 수련의는 전문의를 보조하며 매스나 석션기를 잡기도 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도 각자의 자격과 관계된 임무를 수행한다. 위계 역시 명확하다. 위계는 긴장감을 준다. 적당한 긴장감 속에 각자의 임무에 충실해야만 수술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수술과정에서 임무를 맡은 각자에게 책임은 있지만 총 책임은 집도의가 진다. 건축설계도 마찬가지다. 건축사를 위시한 명확한 위계의 정립과 개개의 엔지니어링 분야가 임무에 집중해야 좋은 설계, 안전한 설계가 도출될 수 있다. 이 같은 당연한 이치를 건축구조 관계자들만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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