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그저 남 일이라고 인식했던 자연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그간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발생 안전국이 아님을 인식하게 됐고 지진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교훈으로 얻게 되었는데 어찌 보면 큰 피해 없이 강진(强震)을 경험했으니 비싼 비용 안들이고 생생한 체험을 한 셈이지만 이 같은 규모의 지진을 처음 겪은 국민들의 불안감은 공포수준이다. 이런 현실 속에 건축 구조계 인사들은 물 만난 고기 떼처럼 언론을 통해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확대와 건축물 외장재를 비롯한 비구조 부분에 대한 구조적 안전 확보, 건축법 개정을 통한 구조기술사의 역할 확대, 구조계산 및 설계 소프트웨어 활용에 따른 불완전한 구조계획에 대한 문제점 등만 주장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밥그릇만 챙기는 모양새다.
흔히 일상에서 얻는 전문적인 조언이라는 것은 결국 여러 종류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복잡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혼란스러운 내용들이다. 전문가 집단들이 과학적 결론이나 방법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나온 그들의 견해가 정부관리나 업계가 말하는 내용의 근거가 된다. 이런 전문지식이 공식적·비공식적인 전문가와 우리 주변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그중 많은 부분이 주변의 전문가에게 직접 듣든, 정부의 웹사이트에서 찾든, 대중매체의 기사에서 얻든 간에 필연코 국민들에게도 전달된다. 그 내용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게는 정확한 사실의 전달이 되지 않고 임의해석 등 곡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은 ‘전문가에 따르면’과 같은 멘트 하나로 신중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어떤 것을 파악한 것 같은 자동적 대응 능력을 경계해야 한다.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에서 과학자와 과학 저널리스트는 일관성이 없는 과학연구 결과를 아직 근거가 빈약한 연구 결과로 종종 간단히 처리해버림을 경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주 훌륭한 자료가 전문가들에게 오용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건축 구조계와 이를 취재한 언론은 불안한 요소에 대한 원천적인 지적과 문제 제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축사들을 폄하하기까지 하고 있다. 국민들이 실제로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 제시하는 것이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의 본질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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