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사무실에 건축 상담을 하러 온 건축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집을 짓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동호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어떻게 하면 설계비를 거의 지불하지 않거나 최소화해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하여 가설계 및 가도면을 받아서 건축사사무소 몇 곳을 방문하여 인허가 비용만 지불하든지 아님 시공자에게 공사계약을 하면서 이 가도면을 넘기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태는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제는 건축주들 사이에서 이를 악용하거나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설계시장 환경이나 여건을 탓하기만 하였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은 것 같다. 바로 도면의 중요성이다. 우리의 지적재산권이면서 창작물의 결과이지만 이를 너무 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설계도면은 계약 후 작성되어야함은 물론이고 설계과정에서도 아니고 최종 결과물이 완성되었을 때 전달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설계 결과물에 대한 건축사의 언어로 도면을 납품하고 비용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협의과정에서 도면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건축주들에게 항상 도면의 중요성과 왜 설계과정에서는 도면을 전달하지 않고 최종 도면을 전달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끊임없이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건축물이 완성되고 나서 건축주는 무엇으로 어떻게 이 건축물이 완성되었는지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도 건축물이 완성되고 나면 어떤 건축사가 이 건축물을 설계하였는지 물어보는 경우보다 누가 이 건축물을 시공하였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대다수다.(시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건축물을 짓기에만 몰두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속도의 시대가 아닌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창작물의 가치와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한번 쯤 고민해보고 실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건축주들에게 도면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하여 깨닫게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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