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경주에 규모 5.8 강진

향후 한반도 내 규모 6.0 이상 지진 발생 위험 커
노후화된 건축물 지진피해 우려, 유지관리점검 확대도 시급


2016년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에서 리히터 규모 5.8에 강진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78년 지진 계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이번 지진의 진동은 서울까지 느껴져 전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지진 진앙지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서울에서 감지된 지진의 규모도 2.0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진은 계측 이래로 40여년만의 최대 강진이기도 하지만, 여진 횟수도 그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9월 12일 발생한 이후 13일 오후 8시까지 만 하루 동안 규모 2.0이 넘는 여진이 278회나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가 될 정도로 전국적인 영향을 줬다.

◆ 경주시 지진 피해건수 2,500여 건...경주지역건축사회, 피해규모 조사 협조

경주지역건축사회 장부기 회장(명인 건축사사무소)은 “경주시에 신고 된 지진 피해 건은 2,500 여건에 달한다”고 현지의 피해 규모를 밝혔다. 장부기 회장은 “특히 한옥의 피해가 컸다”며 “경주시는 고도(古都) 이미지 찾기 일환으로 40개 역사문화미관지구에 한옥만 짓도록 해, 전체 주택의 약 20%인 1만2천여 채가 한옥이고 이번 지진 와중에 2천여 채가 기와와 기둥, 벽 등이 파손됐다고 신고됐다”고 말했다. 한 업계 건축사는 “이번 지진의 피해 사례들은 대부분 기와 탈장이나 흙이 흘러내리는 벽체의 일부로 구조적인 손상이 심하지 않아 큰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신한옥 열풍과 비례하여 조적조나 콘크리트 등 현대적인 재료들을 혼합하여 한옥을 흉내 내는 소위 ‘한옥풍’ 건축물이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 사례들이 공사비 절감을 위한 부실 공사인지 확인해야 하고, 추후 지자체에서 한옥을 장려·지원할 때는 충분한 심의와 적정한 예산지원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전통한옥 등 목조건축은 지진에 따른 충격 및 진동 흡수에 강한 구조다”고 말했다.
한옥뿐만 아니라 문화재가 밀집된 경주의 특성상 문화재 피해도 23건의 피해가 났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첨성대가 북쪽으로 2cm 가량 더 기울어진 것으로 조사됐고, 불국사 다보탑 상층부 난간석 접합부가 내려앉고, 분황사 모전석탑 1층 벽돌에 실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석굴암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계속해서 신고되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제14호 태풍 ‘므란티’의 영향으로 경주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2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복구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최종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주시가 현재까지 추정하고 있는 재산피해액은 1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와 건물 붕괴 등의 대형 사고는 아직까지 신고된 바 없다.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월성, 고리 등 경주 일대에 12기나 밀집해 있는 원전도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에 따르면, 지진이 계속되는 동안 가동이 정지됐지만 모든 원전과 산업설비가 재가동되고 관련한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주시는 이번 피해조사를 위해 경주지역건축사회에 협조요청을 했다. 경주지역건축사회 장부기 회장은 “큰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다행”이라며 “경주지역건축사회 전 회원 69명이 현장에 나가, 피해의 정확한 규모와 보상액 등의 조사를 철저하게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도 경주지역 건축물 지진피해 유형과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해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회(위원장 김영훈)를 파견할 예정이다.

◆ 리히터 규모 5.8...좁은 면적에 부실 건물은 심한 손상 갈 수준

지진은 일반적으로 일련의 지진 활동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강한 것을 ‘본진’이라고 하며, 본진에 앞서 일어나는 것을 ‘전진’, 본진 뒤에 오는 것을 ‘여진’이라고 한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지진 다음날인 9월 13일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서 “이번 경주 지진은 9월 12일 오후 8시 32분에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이 본진이고, 그 이전 오후 7시 44분에 일어난 5.1의 지진이 전진이었다”며 “그 이후 만 하루 동안 278회의 여진이 신고 됐다”고 밝혔다.
지진 자체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로 1935년 이 개념을 처음 도입한 미국의 지질학자 리히터(C. Richter)의 이름을 딴 ‘리히터 스케일(Richter scale)'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0~2.9는 지진계에 의해서만 탐지가 가능한 수준이고, 사람이 느끼는 지진은 3 이상이다. 이번에 경주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인 5.8은 좁은 면적에 걸쳐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한 손상이 가는 수준이다. 지진 6이상이면 넓은 지역에 걸쳐 건물들을 파괴하며, 심각한 재산피해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국제적 구호지원을 했던 지난해 4월 네팔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각각 7.8과 9의 규모의 지진이었다.

◆ “규모 6.0 지진 언제든 발생 가능” 건축물 특성, 사회적 비용 등 면밀히 고려해 안전대책 마련해야

고윤화 기상청장은 “우리나라도 규모 6.0 초반대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 가능성이 있다. 6.5 이상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고 밝혔다. 한 업계 건축사는 “일반적으로 내진설계의 기준은 6.5 이지만,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진 안
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5월 27일 ‘제9차 국민안전민관합동회의’에서 신축건축물 내진설계 대상을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5개년 기본계획’ 등을 수립해 2020년까지 공공건축물 내진율을 현재의 42%에서 7% 향상된 49.4%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안전처의 내진대책의 후속으로 국토교통부에서는 관련 건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한 업계 건축사는 “내진설계 의무대상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 건축시장에는 과거에 비해 신축보다 리모델링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법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기존건축물의 내진보강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또, 노후화된 건축물의 지진피해가 크기 때문에 건축물의 유지관리점검의 확대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시를 탱크로 바꾸면 안전성이 높아지나 이를 시행할 수 없지 않나”며 “건축물의 특성과 시장, 사회적인 비용도 고려하여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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