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건축사, ‘허가권자 지정 감리자 신청자격’ 포함 논란

건축사업계 “소속건축사 多 대형사무소 지정확률 높아…
제도성공 열쇠 공정·형평 원칙 어긋나, 사무소양극화 심화될 것”
소속건축사 책임 안지는데 감리자풀 들어가…‘권한·책임 불일치’
지자체 Q&A 때 국토부는 문제 알릴 의무…소속건축사 배제돼야


대표건축사를 보조하는 소속건축사가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공사감리자 건축사 자격범위에 포함된 것이 다수의 소속건축사를 거느린 ‘대형사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계약주체로서 건축사업을 할 수 없는 소속건축사가 허가권자 지정 공사감리 업무를 수행하게 될 때 책임은 안 지는데 감리자로서 권한은 갖게 되는 ‘권한과 책임 불일치’라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9월 5일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은 건축법 시행령 제19조의2 제2항 중 건축사사무소 소속 건축사가 공사감리자 명부에 등록되어 공사감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이 건축사업을 하기 위해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의무화한 건축사법 제23조제1항 규정에 저촉, 상위법령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8월 4일 시행된 건축법시행령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감리자의 신청자격에 건축사사무소 개설자와 더불어 소속건축사도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당초 입법예고 때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한 자에서 소속건축사까지 자격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사감리자로 지정된 소속건축사도 건축사사무소개설자의 보조자로서 감리업무를 수행하며, 다만 건축주와의 계약은 건축사사무소를 개설신고한 대표건축사가 체결하고 그 책임도 계약을 체결한 ‘대표건축사와 건축사사무소’가 진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축사법 제23조제1항, 제2항에 따르면 ‘건축사 자격등록을 한 건축사가 건축사업을 하려면 건축사사무소의 개설신고를 해야 한다’며 ‘건축사사무소에는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건축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소속 건축사, 건축사보 및 실무수련자를 둘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사무소 개설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건축사업을 할 수 없다. 또 소속건축사의 역할도 사무소개설신고를 한 대표건축사 업무를 보조하는 것에 한정된다. 건축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건축주와의 계약체결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뜻하며, 건축사법 정의에서 공사감리가 ‘자기 책임 아래’라는 단서가 붙는 것을 감안할 때 소속건축사가 책임이 따르지 않는 공사감리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감리제도 성공열쇠라 할 ‘신뢰·공정·형평’의 원칙과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칫 이런 불합리한 점이 시장왜곡을 조장하는 대형사무소 일감몰아주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감리자 명부 10명 중에서 5명이 같은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건축사일 경우 나머지 개별 사무소의 대표건축사 5명과 감리자로 지정될 확률은 각각 5/10인 50%, 1/10인 10%로 대비된다. 이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지적이다. 더더욱 건축사업계내 사무소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 사무소 건축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업계 건축사는 “1차적으로 건축사업은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는 전제가 있는데 소속건축사는 현행법상 불가하지 않나. 소속건축사는 대표건축사를 보조하는 자인데 계약주체인 대표건축사와 같은 등급으로 감리자풀에 포함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실제 감리업무수행은 건축사를 대신해 건축사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100여 명의 소속건축사를 거느린 대형사는 소속건축사를 통한 감리업무를 쌍끌이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그런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속건축사를 공사감리자명부에 포함하도록 한 건축법 시행령 제19조의2가 상위법령을 위반,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라는 법조계 의견도 따른다.
법무법인 태일의 김주덕 변호사는 “허가권자가 작성하는 공사감리자로 지정될 수 있는 건축사 명부에 어떠한 건축사를 포함한다는 것은 해당 건축사가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고 건축사법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업으로 할 자격이 있음을 공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건축사업을 수행할 자격 없는 자에게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직접 건축사업무를 의뢰하고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이어서 대표건축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소속건축사에게 마치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도 없이 단독으로 보수를 받고 감리업무를 할 권한과 지위가 있는 것처럼 국민과 자격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법무공단 최상철 변호사도 “건축사사무소 소속 건축사가 공사감리자 명부에 등록돼 감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이 건축사업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건축사법 취지에 저촉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대한건축사협회 정책연구실도 “허가권자 감리자 지정대상에 소속건축사를 포함시킨 것은 업계내 만연된 사무소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감리제도의 공정성을 기한다면 불균형 해소위한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제도성공을 가를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시행령이 공포된 즉시 국토부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인데, 표준조례가 배포된 상황에서 이 논란에 대한 지자체 질의가 있을 때 국토부가 이 문제를 적시하고 소속건축사를 배제하는 유권해석을 지자체에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향후 건축법시행령에서 허가권자 감리자지정 자격기준이 건축사법 규정과 배치되는 문제는 향후 건축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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