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자가 사는 제주는 그야말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개발 광풍말이다. 이에 반응해 각종 정책, 규제, 물가상승 등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니 이 지역에서 계속 건축 작업을 하던 필자도 적응이 힘든데 타지역 건축사들이 제주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어느 정도일지 헤아려본다.
최근 몇 년간 제주는 지역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영향으로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건축행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야기시켰으며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의 심화, 교통, 주차문제, 지역주민과 이주민간의 갈등, 삶의 질 저하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간 동안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혹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사들은 개발 광풍의 영향으로 풍족(?)한 작업을 할 수 있어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익과 스스로의 건축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던 걱정 없는 몇 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필자를 포함한 제주에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건축사분들께 얼마만큼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업 활동을 하였는지 혹은 제주만의 특별함이 있는지를 감히(?) 물어보고 싶다.
작금의 제주는 어떠한가? 부동산 가격은 수도권 수준이 되었고, 도시속 건축물의 모습은 수도권 지역의 가로변과 제주지역 가로변이 다름을 못 느낄 정도이다. 아마 제주의 빼어난 자연 경관이 없었더라면 여기가 서울인지 부산인지 제주인지 헷갈릴 정도이니 말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초점이 있다.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건축이 아닌 정말 제주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도시속 제주다운 건축이 어떤 건지, 제주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조화되는 건축은 어떤 건지를 더욱더 고민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지역성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제주적인 모습, 문화, 삶의 패턴들이 급변하게 변질되고 없어지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며, 늦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제주 건축을 위해 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필자를 포함한 제주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독특한 섬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적 한계의 극복과 문화의 보존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주 건축이 가능하도록 ‘내가 사는 건축동네, 제주’를 위해서 건축사 모두가 역량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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