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주

하물며 바람은
자신의 지문을 녹이기 위해
내 얼굴을 만진다

병든 구근의 심정으로
암흑속을 헤엄치는 돌멩이들에도
살이 자라고

나는 지문을 덜어내고 싶어
매일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다

다정한 위성의 표정으로
우주적 완구들에게
-『희치희치』

 

김은주 시집 중에서/문예중앙시선/ 2015
『우파니샤드』의 핵심은 “아트만(Atman)과 브라만(Brahman)은 하나다”이다. 한역 경전에는 ‘범아일여(梵我一如)’라고 번역되어 있다. 참나와 우주적 몸이 하나임을 인식하고 그렇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궁금해 하고 골몰하듯이 우주도 그럴 것이다. 인도식 인사는 두 손을 모으고 뚜렷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두 손을 모으는 것은 당신 안에 있는 신에 대한 경배고, 뚜렷이 바라보는 것은 그 존재를 내가 인식한다는 뜻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이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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