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 존은 승자 또는 패자의 이야기가 아닌 지난 수 년 동안 땀 흘린 선수 자신의 이야기가 오롯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와야 하는 곳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옛날에는 한 여름도 30℃만 되면 더운 날씨라 하여 일사병에 조심하라고 매스컴에서 알렸는데 이제는 30℃를 넘는 것은 예사요 33℃~35℃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가 20일 이상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잠 못 이루는 여름 밤 - 덥기도 하고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느라 새벽 한 두 시를 넘기기 일쑤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낮에 더위와 싸우기에도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4년을 기다린 지구촌축제가 궁금하여 TV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한국의 레슬링선수 김현우가 16강전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5 : 7로 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도를 넘은 심판의 편파 판정이 논란이 되었다. 이렇게된 이면에는 세계레슬링연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김이 있었다. 사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근신해야할 처지이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금지약물 복용선수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드러나 세계반도핑기구는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전 종목 출전금지를 촉구 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육상 종목을 포함한 몇 개 종목의 선수들이 제외된 가운데 겨우 출전하게 된 러시아가 잔치를 오염시키고 있다. 더구나 레슬링은 올림픽 때마다 판정시비가 끊이지 않아 핵심종목에서 제외되었다가 겨우 복귀 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편파 판정은 레슬링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고 기록경기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일어나고 있다.
점점 올림픽이 상업화 되고 메달경쟁이 과열되어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파렴치한 일이 자행되는 것은 메달 개수가 마치 그 나라의 국력인양 호들갑을 떠는데서 기인되지 않았나 싶다. 올림픽헌장 1장 6조에는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다.’ 또 5장 57조는 명시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식적인 순위를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것을 귀담아 듣는 나라는 없다. 이미 오래 전 베를린올림픽에서 히틀러는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했고 국력의 과시 내지는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올림픽 종목별 메달 숫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리우올림픽 28개 종목의 금메달 수는 308개인데 이중 육상에 47개, 수영에 46개로 두 종목의 메달 수가 전체의 30%에 이른다. 특히 수영은 4가지 영법에 거리별로 다양하고 신체구조 상 서양인에 유리하다. 우수한 선수 한 명이 몇 회에 걸쳐 20개 이상 금메달을 따 영웅으로 불려 지는데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4년간의 노력, 아니 십 수 년의 노력이 결집된 경기 결과에 메달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올림픽은 이기는 것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화합과 평화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와 기자가 만나는 믹스트 존(Mixed zone)에서 엉엉 운다거나 아예 기자를 피해서 죄인처럼 도망치듯 빠져 나가는 광경은 민망하고 씁쓸하다. 믹스트 존은 승자 또는 패자의 이야기가 아닌 지난 수 년 동안 땀 흘린 선수 자신의 이야기가 오롯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 와야 하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메달을 딴 펜싱의 김정환과 양궁의 기보배가 민낯으로 보여준 의연하고 진정어린 회견은 감동적이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선수의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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