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환

뗏목을 타고 건너니 숲이더라
누가 숲으로 가는가
나뭇잎을 흔들러 바람이 가는가
줄기를 적시러 소낙비가 가는가
뗏목을 버리고 맨몸을 끌고
누가 숲으로 가는가

뗏목을 타고 건너니 숲이더라
누가 숲으로 오는가
열매를 맺으러 햇살이 오는가
뿌리를 다독이러 흙이 오는가
뗏목을 둘러메고 힘겹게
누가 숲으로 오는가

-『블랙커피』강영환 시집 중에서
책펴냄열린시 / 2015

이 시에는 이런 주가 붙어있다. “뗏목의 비유 :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뗏목이 필요하지만 강을 건넌 후에는 뗏목이 필요 없다. 불교에서 법은 피안에 이르는 방편이지만 피안에 이르러서는 법도 필요 없게 됨을 말한다.” 원래는 본문의 말미에 이 주를 붙여야 겠지만 해설에서 이 주를 인용하는 것은 주가 본문의 열린 구조를 제약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시에서 정확함은 부정확함 보다 더 부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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