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도시의 양적 팽창에 함께 해온 건축사들에게 이제 도시가 성장단계에서 관리단계로 접어들면서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고성장 개발 위주 시대에는 건축사들이 개별 건축물설계에 몰입했다면 이제는 장소가 가진 특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지역의 활력을 되찾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작업은 건축사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및 도시활력증진사업에는 도시계획기술사, 조경기술사, 시각디자이너, 사회적 경제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이 필요하며, 그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사업총괄계획가 혹은 도시닥터로 부른다. 건축사들은 각자 그간 프로젝트를 통해 갈고 닦은 지휘자로서의 노하우를 이제 지역 활성화 및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발휘해야 한다.

필자는 2009년부터 대구 남구를 중심으로 앞산맛둘레길사업, 문화예술 생각대로사업, 대명행복문화마을사업 등 장소적 특성을 토대로 지역의 활력을 되찾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업이고,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늘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기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부터는 지역총괄계획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총괄계획가로 활동하는 것은 민간전문가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적은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지방 정부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국가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 사업 기획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지방의 건축사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주민들과 함께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자신의 삶터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동참한다면 건축사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 할 뿐 아니라 우리의 업무 영역도 더 넓힐 수 있다.

장소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 및 지역활력사업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전문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원한다. 지역 전문가는 거주하는 지역민들과 늘 소통가능하며,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건축사들이 각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시재생프로젝트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로 우리 삶터와 일터가 변화하면 우리 일상생활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