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심양명의 끝은 효(孝)인데
권력, 부, 명예 중 택일해야
모두 가지려면 모두 잃게 돼
교도소보다 무서운 SNS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
이것이 현대판 효도이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동기동창들의 모임은 소중하다. 젊은 날에는 정보의 장이 되기도 하고, 늙어서는 등산 낚시 골프 등 취향대로 끼리끼리 모여 여생을 즐긴다. 동창회는 졸업하면서 결성되지만 본격적인 만남은 생활터전이 잡힌 30대부터이고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40대가 가장 왕성하다. 그런데 50대가 되면 그간 전혀 연락이 없던 친구들이 가끔 나타난다. 이런 친구들 중 소위 입신양명한 친구들은 없다. 이들은 한두번 월례회에 나온 후 어김없이 자녀의 청첩장을 돌리고, 혼례식이 끝나면 발을 끊는다. 그들에게는 동창들의 비난보다는 사돈댁만큼 하객을 모아 체면을 세우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혼례의 하객과 상례의 조문객 숫자가 자신의 위치를 들어내는 것이며 출세의 바로미터로 보기 때문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입신양명의 어원은 공자의 효경孝經에 있으니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 立身行道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揚名於後世 부모를 들어냄이 효도의 끝이다”가 본 뜻이다. 이것이 조선시대 와서 변질되고 과거급제에 목을 매게 된 것이며, 지금도 고등고시나 로스쿨은 출세의 지름길로 인식되어 있다.

요즈음 세간의 화제는 단연 진경준 검사장이다. 그는 명문대를 나와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검사의 꽃인 검사장에 올랐다. 그야말로 입신양명의 본보기가 된 셈이다. 그런 그가 126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넥슨 주식과 130억 원의 용역을 수주한 대한항공 그리고 제네시스와 벤츠 등 고급차량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입신양명으로 효도는 고사하고 패가망신살이 뻗치게 된 셈이다. 부모는 고사하고 자식을 어찌 볼 것인가?

사람은 삶의 목표를 한가지에만 두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부와 권세와 명예 중 하나만을 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진경준은 권세를 택하였다. 검사장까지 되었으니 명예도 부수적으로 얻은 셈이다. 그런데 마지막 부까지 탐하였다. 그가 검사장이란 권력을 내려놓았다면 뇌물로 쌓은 수백억 재산은 지켰을 것이다. 그의 무모한 배짱이 모두를 잃게 하였다. 잘 나가는 친구까지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진검사와 다르게, 김영란법을 주재한 박한철 헌재소장은 유일한 집 한 채마저 자선을 위해 내놓았다. 한 순간의 권력이 아닌 명예를 택한 것이다.

진정한 효도는 부모를 호의호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에게 자랑스런 부모가 되면 그것이 효도이다. “건축사 자정 능력 및 윤리강화, 신뢰받는 협회의 구현”을 공약한 우리의 지도자와 우리는 지금 어느 쪽에 서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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