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관행을 뿌리째 바꿀만한 파괴력을 지닌 이 법에 대해 건축사 입장에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칫 공직자, 교사, 언론인 등에게만 해당된다고 허술하게 생각하면 큰 일 날 수 있다.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 없어도 단순 접대를 한 민간인까지 쌍방 처벌되는 반부패법이고 현금이나 상품권은 물론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교통·숙박 등 편의제공까지 금지되는 금품에 모두 해당된다.
부정청탁 관련 규정은 더욱 강력하고 무차별적이다. 실제로 청탁의 성사 여부, 금품 수수 여부와는 무관하게 금지된 유형의 청탁에 개입되는 순간 수천만 원대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시절 습관과 관행처럼 별 생각 없이 지인들에게 개인적 부탁을 했다가는 본인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주고받지 않으려면 국민 모두가 이 법의 내용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축 관련 민원인인 건축주를 대신해서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민원의 당사자가 아닌 대행자이기 때문에 인허가 처리과정에서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공직자에게 청탁을 하게 되면 제3자를 위한 청탁에 해당되어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된다. 건축사사무소 직원도 예외가 아니고 법인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에는 양벌규정 적용대상이다.
건축위원회 위원, 특별검사원(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대행자), 건축지도원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는 해당 업무와 관련해서 공직자에 해당된다. 금품이 오가지 않아도 해당 업무에 대해 청탁을 받게 되면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동일 사안에 대해 중복청탁을 받게 되면 해당업무소속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었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징계처분 대상이 된다. 건축사들 간에도 주의해야 한다. 그 간 어렵지 않게 요청을 했고 이를 들어줬던 인맥을 통한 소개행위, 즉 지인을 통해 각종 심의나 심사, 검사 등 공무 수행자를 소개해주거나 소개받는 행위도 제3자를 위한 청탁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탁'과 '청탁'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으로 다소 무리가 따르겠지만 습관과 균등한 조건과 기회,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공정사회로의 첫 걸음을 환영하며 그 간 당연시했던 옳지 못한 습관과 관행을 물리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