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건축사업계 적용은…

부정청탁 적발 시 직원·공무원·건축사사무소 모두 처벌…
소속 직원 위반하면 법인·단체도 책임져
건축위원회 활동, 공공업무 위임받은 ‘공무수행사인’에 해당

#1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하니 건축허가를 내주세요.” ○○건축사사무소(주)의 소속 직원 A가 건축법령을 위반하여 건축허가를 내줄 것을 구청 건축허가 담당 공무원 C에게 청탁하자 거절했고, 그 다음 날 같은 회사소속 직원 B가 다시 같은 내용의 청탁을 담당 공무원 C에게 했다면?

#2 ○○도 턴키심사위원회 설계심의분과위원회에 ◇◇건설회사(주)의 설계가 심의대상으로 상정됐다. 이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건축사 A에게 ◇◇건설회사(주) 임원 B는 70만원 상당의 양주를 직원 C는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각각 제공했고, 직원 D는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접대했다면?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두 사례 모두는 ‘부정청탁', ‘금품수수’에 해당돼 처벌받는다.
#1의 경우, 직원 A와 B는 제3자인 법인을 위하여 부정청탁을 했으므로 각각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축사사무소 소속 임직원의 업무 관련 부정청탁은 그 효과가 법인·단체에게 귀속돼 ○○건축사사무소(주)도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가 책임을 피하려면 소속 직원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2의 경우, 건축사 A는 ◇◇건설회사(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임직원 B, C, D는 건축사 A에게 직무관련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건넨 것과 관련해 각각 제공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건설회사(주)도 직원 B ,C, D가 업무관련 위반행위를 했기 때문에 양벌규정에 따라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당장 9월 28일이 되면 공직자, 공무수행사인 포함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과 마주하게 된다.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직무 관련성’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커지자 청탁금지법을 관장하는 국민권익위는 7월 23일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집, 교육자료 등을 공개·배포했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일컬어지는 이 법은 2011년 당시 여성 대법관 출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 8월 공정사회 구현, 공직자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대국민 입법예고를 실시한 뒤 2013년 8월 정부 최종안이 제출돼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15년 3월 27일 제정·공포됐다.
국회에서는 6차에 걸친 정무위원회 심사 끝에 법 적용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2015년 3월 회부해 1년이 넘는 심리 끝에 올 7월 28일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라고 결정됐다. 법이 시행되면 건축사는 특히 건축 인·허가업무, 각 지자체를 대신하는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등 공적업무를 수행할 시 항상 제3자 입장에 서게 돼 필히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건축법 제105조에 따르면,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행하는 사람, 건축위원회의 위원 등은 직무관련해 청탁, 뇌물수수·요구 또는 알선에 대한 벌칙적용 시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 금품수수 1회 100만원·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 시 대가성·직무관련성  없어도 형벌, 과태료 제재

해설집에 따르면 기존 형법이 직무관련성·대가성 입증 곤란 시 처벌이 불가능했다면, 앞으로는 대가성·직무관련성이 없어도 형벌·과태료 등으로 제재되며 금품 등과 결부되지 않은 부정 청탁행위 자체도 규제된다. 대상은 공직자, 교사, 언론인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 또는 기업 그리고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일반국민까지 해당된다. 김영란법에서의 ‘공직자등’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무수행사인까지도 포함된다. 공무수행사인이란 법령에 따라 공직자 등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사람을 말한다. 각종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 위원,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단체·기관·개인 등도 해당된다.
건축사의 공무수행사인 해당 여부를 살펴보면 건축위원회 활동,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건축지도원 업무를 수행할 경우가 해당된다. 건축사협회는 이밖에 건축사가 허가권자로부터 감리자로 지정받아 감리업무 수행할 때,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할 경우도 공무수행사인에 해당되는지 정확한 답변을 권익위에 유권해석 의뢰할 방침이다.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건축주의 건축허가 신청을 대행하는 건축사가 공무원에게 건축기준 위반 및 서류미비를 묵인하도록 청탁하거나 이미 접수된 건축허가 신청건보다 먼저 처리해줄 것을 청탁할 때 ▶법령위반, 착공지연 등에 따른 허가취소를 면제할 것을 청탁할 때 ▶건축사 본인의 형벌, 징계, 행정처분 등의 감면 또는 면제를 청탁할 때 ▶건축사가 건축주에 대한 형벌, 과태료, 이행강제금 등의 감면 또는 면제를 청탁할 때 등을 들 수 있다. 단, 법정기한 내 처리요구, 공익목적 고충민원 전달행위 등은 부정청탁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법 적용 논란,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때문에 관행대로 해오던 것을 무심코 했다가는 부지불식간 본인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법 위반자로 만들 수 있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서다.
건축사협회 정책연구실은 “청탁금지법은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특히 건축사는 인·허가,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심의·각종 평가, 공공기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권익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입법절차가 진행 중인 시행령안에서 정한 가액인 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을 벗어나면 수수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