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건축법은 1962년 제정, 이듬 해인 1963년 건축사법이 제정되어 53년이 지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건축사는 2세대 건축사다. 산업화를 거치며 1세대인 선배건축사들은 풍부한 일거리, 경제적 윤택 그리고 사회적 존경과 관심으로 축복받은 세대임에 틀림없다.
그 당시 건축설계는 단순기술의 단계였다. 주 업무는 까다로운 인허가를 빠른 시간에 원만히 득하면 건축주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많은 수주량을 건축사가 소화해야 했으므로 건축주와의 계약을 위한 면적당 용역비(평당 설계비)는 단시간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사법 제정 후 50년 이상이 지난 현재, 건축계 상황은 1세대 건축사들과 비교할 때 그리 녹록지 않다. 건축설계는 단순 기술과 디자인의 단계를 넘어 문화와 예술의 경지까지 요구받게 됐다. 경쟁력 강화 명목으로 무제한 배출된 건축사는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된 영세 건축사사무소를 양산했다. 또한 저성장 안정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건설산업은 사양산업을 넘어 기피산업으로 전락했다. 수주량의 급감은 일부 건축사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되었고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하던 경쟁력 있는 건축사까지도 저가의 가격 경쟁에 함몰되어 완성도 높은 설계용역을 제공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빠졌다. 결국 건축행위 주체인 건축주, 설계ㆍ감리자, 시공자 그리고 허가권자 등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형국이 됐다.
현 정부 들어 각종규제를 없애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해마다 강화되는 단열기준과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 및 심의를 위한 도서작성, 건축물 구조안전대상 확대, 경관법에 의한 경관심의, 장애인 등 편의시설 의무설치 및 인증, 녹색건축물 인증, 지능형건축물 인증,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BIM 등 시간이 갈수록 관련법의 규제는 늘어나고 있다. 건축사 업무범위와 외주용역비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세대 건축사들의 평당 설계비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가격경쟁에 몰입한다면 건축사의 미래는 없어 보이며 10년 후 등장할 제3세대 건축사들에게 큰 멍에를 물려주는 일이다.
평당 설계비 용어는 최소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며 각종 법규의 신설에 따른 늘어나는 업무를 대가로 환산하여 제값 받고 일하는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4%라 가정하고 약 20년간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용역비 tool만 있었다면 현재 설계시장은 1.8배로 파이를 키울 수 있었다. 90년대 초반 건축목공의 인건비가 일당 5만원이었고 당시 설계비는 평당 12만원 이었는데, 현재 건축목공의 노임단가는 그 당시의 3배인데 반해 우리의 설계 대가는 20년 전과 다름 없다는 선배건축사의 말은 씁쓸하게만 들린다. 어느 분야든 어려움은 상존하며 그 원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어도 내부적 요인은 건축사 상호간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개선한다면 분명 극복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이라면 다음과 같은 건축사 캠페인에 우리 모두 동참하자.

첫째, 평당 설계비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20년 이상 건축사의 설계용역비를 고착시키는 역작용을 하였습니다. 추가업무가 적시된 견적서를 활용합니다. 

둘째, 불특정 다수의 설계비 전화상담을 사절합니다. 전화상담으로 설계비가 쉽게 노출되면 회원간 무한경쟁과 갈등이 생기며 그 피해는 건축주에게 전이됩니다. 건축사사무소 방문을 요
청하고 견적서를 활용한 자세한 업무범위와 대가를 상담합니다.

셋째, 건축기획업무(가설계) 수행 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기획업무도 저작권이며 무료로 해
주는 관행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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