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은 개별성과 의존성의 융합
인도(人道)의 극치가 곧 태극이며,
태극이 다름 아닌 인극(人極)
리더는 민가의 부엌에 까지 사용한
태극의 참 의미를 실천해야

전통건축에서 태극문양은 궁궐과 관아, 향교와 서원 등의 대문과 계단의 소맷돌 그리고 홍살문의 꼭대기 장식 등에 쓰였다. 이는 조선이 유교 국가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민가의 대문에도 관가정처럼 태극문양을 그려 넣거나, 벽에 사괘를 만들고, 동춘당처럼 굴뚝에 태극과 팔괘를 만들어 넣은 곳도 있다. 국가의 지배계급이었던 사대부의 집에 이러한 장식문양을 만드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모두 아는바와 같이 태극이란 중국의 주역에서 비롯되어 11세기 주돈이가 도형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자가 성리학을 정립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태극은 본시 음과 양이 개별성과 의존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상호 융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우주 만상의 근원이며, 사멸이 없는 구원(久遠)의 상으로, 불멸의 존재인 불성과 상통한다. 그렇기에 불교의 사찰에도 서까래 끝이나 기단부위 등에 태극문양을 도입하고 있다. 이렇듯 태극은 노장의 도교나 불교와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극문양을 중국보다 최소한 4세기 이상 앞서 사용하였음이 유물로서 확인되고 있다. 7세기 경주 감은사지의 기단석이 그 예인데, 주돈이의 태극도설에 나오는 4분법의 태극이 아닌 소용돌이 문양, 즉 현재의 태극기와 같은 형태를 사용한 것이다. 태극 문양에서 음양을 상징하는 파랑과 빨강의 소용돌이는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원을 의미하며, 우주일체가 역동적으로 영원히 움직이는 것을 상징한다.
태극을 중심에서 수평 수직 어느 각도로든 2분해보면 첫째, 어느 한쪽에도 음과 양이 반드시 병존하는 사실과, 양이나 음이나 한쪽이 작으면 다른 쪽이 커서, 원으로 합치면 정확히 1/2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음양이 균형을 이루며 각자의 도리를 다해야만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여자들만의 공간인 민가의 부엌 광창까지도 갖가지 태극도형으로 뚫어 놓았다. 한문은 물론 한글조차 잘 알지 못했던 그들에게 도형으로 이러한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사실 태극처럼 철학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막힘과 트임의 대비나 균형 등은 건축 디자인 요소로도 존재한다. 또 두개의 수레바퀴나 젓가락 두 개 등 하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협회로 말하면 전권을 쥐고 있는 회장은 양이고, 이 전권을 감시하기 위한 감사는 음이다. 태극과 같이 상호 개별성과 의존성으로 융합하지 않으면 독선을 가져오고 협회는 무력화될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태극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으나, 그 원리는 인간 주체로부터 인식되는 것이므로, 인도(人道)의 극치가 곧 태극이며, 태극이 다름 아닌 인극(人極)’이라는 퇴계선생의 뜻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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