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건축사회 회장으로 당선되어 협회의 일에 관여한지도 어언 1년이 지나간다. 전문직종사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한 생활환경과 사회적 신분의 저하가 못 견디게 서러워 영양 산골에서 뛰쳐나와 이리저리 지자체, 도청, 언론사, 학회, 국회까지 열심히도 쫓아 다녔건만, 막상 이루어 놓은 것은 허기를 면할 정도는 될까? 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경상북도에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우리들의 자체행사를 제외하고도 도지사님을 비롯하여 각계 기관장을 모시고 1,500여명이 참석한 제1회 경상북도건축문화제를 나름대로 성대히 치렀고, 도청이전포럼 주관, 발주청과의 간담회, 중국건축사협회와 상호교류 작품전 등을 추진하였다. 행정처분이 대폭 줄었고(감소율 약60%), 지방건설경기활성화조례가 제정되어 대형용역에 대하여 지역업체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러나 인류의 문화유산을 주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건축분야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임금 등으로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업종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어 이제는 기술과 기능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벅찬 작금의 현실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타 분야의 1/6수준인 감리대가, 협력업체에 오히려 사정을 해야 하는 입찰제도, 대가없이 무한의 책임을 강요받고 있는 감리시스템, 공소시효가 없는 무한의 징벌, 대형건설사 위주의 턴키제도 등, 우리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법제도개선에 집중하여야 한다.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의 감리대가 변경, 분야별 분리 입찰제도, 설계 시 코디네이트 업무의 비용계상, 소형 건축물의 설계·감리분리(감리업무를 건축사협회에 위탁), 공소시효제정(타전문직업종, 예를 들면 세무사법, 법무사법 등에는 공소시효가 3년으로 명기되어 있다. 일부 법학자들은 공소시효가 없는 건축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함), 징벌권의 협회 귀속, 턴키제도 시 설계와 시공의 업역 구분 등, 법제도개선이 우리의 권익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법제도개선은 지방건축사협회에서 개선하기가 어렵고, 본 협회에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나 협회 시스템부재(집행부가 바뀌면 목표와 방법이 변함)와 건축사들의 의견이 갈라져 있어 큰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3단체 통합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사분오열(四分五裂)된 회원들의 모습과 이를 결집시켜나가는 협회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능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지 않았는가?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나라님이 힘이 없으면 백성이 고생하듯 건축사협회의 능력이 떨어지면 회원들이 고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어려운 시기에 피 같은 회비를 내고 협회를 바라보고 있는 회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어느 회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다 떨어진 옷을 입으시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연상되어 함부로 용돈을 낭비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임시정부에서 동포들이 모아 보내준 독립운동자금을 소중히 아껴 쓰셨듯이, 회원들의 회비를 한 푼 한 푼 소중히, 보람 있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회원들의 허기는 면해주어야 하는 것이 집행부의 첫 번째 역할이 아닐까?

외적인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내적인 제도개선도 이루어져야한다. 건축사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고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사무실 등록기준이 다시 제정되어야 하고, 건축사들의 정치적 참여도 활발해야한다.(개인이 기부금을 1년에 10만원을 내면 1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 제도도 있다) 개인의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소수의 건축사들 때문에 수많은 동료건축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 경쟁력 강화, 업무영역 확대, 회원 간의 화목과 단합, 대내외적인 위상제고 등을 위하여 사무실 등록기준을 정해야 한다.

요즘 우리 건축사들은 품위를 지킬 수가 없다. 문화창작인으로써 자부심은 아득한 이상이 되어버렸고, 생존 그 자체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도 끝이 있지 않겠는가? 비가 온 뒤 새싹이 자라듯이 힘든 우리끼리 힘을 합해서 미래를 준비해 나아가자. 수적석천(水滴石穿)의 심정으로 다함께 뚜벅뚜벅 걸어가자. 허기는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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